음악을 제대로 듣는 방법 2. 집중해서 듣기

강의-작곡, 편곡 2015년 1월 1일


상당히 오래 전에 음악을 제대로 듣는 방법을 시리즈물로 올리기로 해놓고 게을러 빠져서 안 올리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새해 아침을 알차게 시작하고자 시리즈를 이어서 포스팅 하려 합니다. 원래는 작곡가 지망생이나 음악감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위주로 작성했는데 이번편은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직업적으로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좀 더 적절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카테고리도 작곡레슨으로 옮겼습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단순히 음악을 오락으로 듣는 사람에게는 별로 필요없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감정에 관한 부분은 배제를 했습니다. 감정이라는 건 중요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남에게 배울 필요도 배울 수도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듣는다는 행위에 대해 집중된 내용입니다.


1. 작곡가, 프로듀서를 따라서 듣기
2. 집중해서 듣기
3. 분석하며 듣기

작곡을 잘하기 위해서, 연주를 잘 하기 위해서,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인 것은 바로 제대로 듣는 것입니다. 제대로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이해가 간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가기 위해서는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는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집중력입니다.


아는 만큼 들린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들린다.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재수없게 잘난 척 하는 걸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지 않는 분야는 제 생각에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음악, 영화, 문학, 운전, 게임, 스포츠, 의학, 언론, 정치, 일본 애니메이션, 프라모델, 피규어, 미니어처, 패션 등등 그 어느 분야든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갖는 시선과 이해도가 일반 사람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이에 반대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그 어떤 분야에도 전문가나 전문지식이 있는 분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똑같은 축구 경기를 봐도 한준희가 보는 것과 보통의 남자 대학생이 보는 시선은 천지 차이일 것입니다. 똑같은 스타리그 중계 영상을 봐도 홍진호가 보는 것과 제가 보는 것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스타1 몇 번 해보지도 않았고 컴퓨터와의 1대1도 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아마 국어 및 영어 듣기 평가를 해보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자기가 아는 단어는 잘 들리지만 모르는 단어는 좀처럼 들리지가 않습니다. 물론 모르는 단어도 수백, 수천번 들으면 들리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처음에 그런식으로 언어를 배웁니다. 엄마들이 애기가 못알아 들어도 계속 말을 해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절대 쓸모없는 것이 아닙니다.

한편 외국어는 미리 공부를 한 단어일 경우 좀 더 잘 들립니다. 수백, 수천번 들어야 아는 것을 시간 단축을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듣고 배우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많은데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잘 들리는 경우가 있고, 공부를 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가 있습니다. 공부가 싫다면 엄청나게 반복하고 집중해서 들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알게 됩니다. 언어에서 아는 것과 들리는 것은 어느 것이 먼저라고 콕 찍어 말하기가 힘듭니다. 대체로 모국어는 반복에 의해 장기기억이 되고 외국어는 학습에 의해 단기기억에 머무르다가 반복으로 장기기억이 된다고 합니다.

음악을 모국어처럼 배운 사람은 어려서부터 무지하게 많이 듣고 말한 것(연주나 가창이라 할 수 있겠죠)입니다. 음악을 나이 먹고 외국어처럼 배우는 사람은 학습으로 배우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가 있습니다. 외국어 듣기시험 볼 때 열심히 집중해서 들으셨던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 하루에 몇시간씩 초집중해서 들어야 원어민 따라갈까 말까입니다. 음악을 듣는 것이 영어듣기보다 좀 더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데 음악은 영어보다 미리 공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음악은 영어지문보다 길고 음악이 흘러나올 때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도 영어 문장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어 듣기보다 음악이 더 듣는 과정이 즐겁다는 사실입니다.

집중해서 듣기

같은 지식, 같은 정보, 같은 경험을 갖고 있을 때 집중해서 듣는 쪽이 훨씬 많은 정보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음악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포리듬(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과 보컬로만 이루어진 곡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여기에는 보컬의 리듬, 멜로디, 가사, 음색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각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화성, 리듬, 멜로디, 주법, 음색 등의 정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에 듣고 음악을 온전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험이 적고 지식이 적은 사람일수록 파악이 어렵습니다. 음악을 집중해서 들으면 못 들었던 것이 들립니다. 사실 음악을 제대로 듣는 다는 것은 뇌의 상당부분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마냥 즐겁지는 않습니다. 음악하는 사람들끼리 반우스개소리로 '휴일인데 음악 틀지 마라.' 그런 얘기를 합니다.

물론 작곡, 연주가, 가수, 엔지니어 처럼 음악 및 소리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한번에 모든 것을 듣고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기가 들어야 할 정보의 양보다 적게 듣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청음실력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음악 관련 직업이 아니고 음악을 오락으로 듣는 사람들이 자기귀가 황금귀라고 자랑하고 다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집중해서 듣는 방법

그러면 제대로 집중해서 듣는 방법에 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일단 집중해서 듣기 위해서는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1. 청음 환경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일단 듣는 환경이 잘 갖춰져야 합니다. 저는 포터블 기기로 음악감상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가 귀가 상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잘 들리지 않아서 답답해서 그런 면도 많습니다. 포터블 기기라는 것은 말 그대로 휴대용이기 때문에 소음이 있는 곳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간의 소음만 있어도 음악을 완전히 제대로 듣는데에 많은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잘 갖춰진 소음이 없는 룸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스피커나 헤드폰 같은 음향 재생기기의 차이도 큽니다. 저가의 스피커는 해상도가 낮고 주파수응답이 평탄하지 못하고 볼륨인벨럽을 제대로 재현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 듣는데에 힘이 듭니다. 물론 멜로디와 코드 따는 정도면 저가 스피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사운드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영어 듣기 평가도 스피커가 너무 후진 학교에서 듣거나 비행기 지나가고 그러면 맞을 문제도 틀리고 그럽니다.

2. 정보량 제한

한번에 모든 것을 제대로 듣기에는 음악에 포함된 정보의 양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훈련을 할 때 정보량을 제한해서 듣는 연습을 합니다. 4분짜리 음악에서 20초 짜리 한 구간만 듣는 것도 한 방법이고, 악기별로 나눠서 듣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조용한 곳에서 쓸만한 음향기기를 가지고 악기별로 나눠서 듣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처음에는 보컬에만 집중해서 듣습니다. 보컬이 어디서 숨을 쉬고 어디서 어떻게 성대를 조절하는지를 집중해서 듣습니다. 보컬이 좌우 앞뒤 어느쪽에 있는지 음색은 어떤지도 듣습니다. 파악이 다 되었다면 그 다음에는 드럼에서 킥소리에만 집중해서 듣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악기소리가 섞이고 보컬에 자꾸 집중이 되서 킥소리를 놓치기 쉬운데 그래도 하다보면 익숙해 집니다. 이렇게 여러개 소리가 섞였을 때 집중하면 원하는 소리만 골라서 들을 수 있는데 이를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합니다. 경험이 많을 수록 이 능력이 좋아집니다.

보컬, 킥, 그 다음엔 스네어, 하이햇, 심벌, 탐, 베이스, 피아노, 기타 이런식으로 악기 하나씩 들어봅니다. 킥, 스네어, 하이햇 이런 용어를 모르고 음악에서 들리는 악기소리가 무슨 악기인지 모른다면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기반으로 사유하기 때문에 (철학자 마다 의견이 다르긴 합니다만) 이름을 모르는 것은 이해하기도 구분해내기도 힘듭니다. 이 때 공부는 꼭 책펴놓고 하는 공부를 말하는게 아니고 공연 영상이나 실제 라이브 연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눈으로 연주를 보면서 들으면 이해하기가 좀 더 수월합니다.

3. 반복

정보량을 제한해서 듣는 것 말고도 반복해서 듣는 방법이 있습니다. 똑같은 책을 여러번 읽었을 때와 한 번 읽었을 때 이해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물론 어린이들이 보는 책처럼 쉬운 책은 한번에 이해가 가능하지만 어려운 전공서적이나 철학서 등은 한 번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마도 어린이 동화 수준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음악을 하고 싶다는 사람을 별로 없을 겁니다. 최소 판타지 소설 정도는 되어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 수준의 내용을 한번에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려면 많은 반복을 통해 음악을 들어야 합니다.

요즘 음악은 별로고 과거 음악이 좋았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거에 Tape, CD 시절에는 앨범하나 사서 몇개월씩 듣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얻었고 그래서 뮤지션과 음악에 대해 더 많은 이해가 갔고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것과 그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는 정말로 음악을 많이 들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음악을 듣는데에 쏟은 시간도 중요합니다만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음악에 어떤 악기가 쓰이고 어떤 테크닉이 쓰였는지, 악기구성 및 연주, 패닝 및 사운드'에 대한 것까지 들을 수 있으면 나중에 정말 큰 재산이 됩니다. 이런 것들을 잘 알려면 듣는 총 시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집중해서 들었는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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