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제대로 듣는 방법 1. 작곡가, 프로듀서를 따라서 듣기
제가 이 포스팅을 하게 된 이유는 작곡가 지망생이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너무 가수 위주로 흘러가는 국내 가요계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올려봅니다.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음악듣는 법에 대해서 총 세가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조금 거창하게 음악듣는 법이라고 말했지만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인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 것들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첫번째 포스팅인 < 1. 작곡가, 프로듀서를 따라서 듣기 > 입니다. 영화를 집중해서 제대로 감상하신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봤던 영화를 다시 봤던 경험도 있으실 겁니다. 그럼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집니다. 또 제대로 알고 보면 감동도 훨씬 커집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이 글은 총 세편으로 나눠서 포스팅 합니다.)
1. 작곡가, 프로듀서를 따라서 듣기
2. 집중해서 듣기
3. 분석하며 듣기
문학작품, 미술작품, 영화, 음악, 드라마, 희곡같은 것은 통속적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이전에 예술분야에 속합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인간이 창작을 하는 행위를 말하죠. 따라서 예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누가 창작을 했느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물론 영화, 음악, 드라마, 희곡은 공연과 상영을 목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퍼포머(performer)가 누구인가'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요소 하나에만 집중하면 다른 것들을 놓치기 십상이죠.
제가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영화를 정말 많이보고 좋아하시는 분들은 감독의 이름을 꽤 많이 알고 계실겁니다. 누구를 좋아하시나요? 크리스토퍼 놀란, 마틴스콜세지, 데이빗핀쳐 이런 외국 감독들도 있고 박찬욱, 김기덕, 봉준호 같은 국내 영화감독들도 많이 알고 계실겁니다. 수많은 영화 중에서 한편을 고를 때 감독이나 주연배우를 보고 영화를 고르면 영화에 만족할 확률이 높다는 것 또한 이미 알고 계실겁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도 연출의 이름을 보고 작품을 고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요새는 드라마도 누구의 각본이냐에 따라 골라 보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당연히 음악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음악은 어떤가요? 자기가 즐겨부르던 곡이 누구의 작곡인지 노래방에서 불러보기 전에는 잘 모르실겁니다. 작곡가가 누구인지 안다고 하더라도 그 작곡가가 만든 곡을 찾아서 들어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저자를 추천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감독을 추천하듯이 저는 작곡가를 따라서 음악을 들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주변에 음악 취향이 확실한 친구가 한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음악을 듣는 리스트를 보니 한 작곡가의 곡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역으로 생각해서 그 작곡가의 곡을 찾아듣는다면 훨씬 마음에 들 확률이 높을겁니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감독과 연출, 각본 보고 작품을 골랐다고 해서 항상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확률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창작자와 마음이 통했다는 것이니까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의 반응이 두가지일거라 생각됩니다. 하나는 '개소리하고 있네.' 다른 하나는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거야.' 일 겁니다. 첫번째 생각을 가지신 분은 저와 마음이 통하지 않았으니 악플하나 남겨주시고 다른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두번째 반응을 보이신 분들을 위해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냥 팁을 남기는 건 재미없고 뮤지션을 한명 디깅(digging)해보겠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을 찾는 거죠. 일단 외국음악부터 진행하고 국내곡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마음에 들었던 곡을 하나 뽑아 보겠습니다. 아래 곡은 국내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Daughtry의 앨범 수록곡입니다.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락그룹이죠. 수록곡 중에서 한국인이 정말 좋아할 만한 곡으로 뽑아봤습니다. 2006년에 발표된 Daugtry의 첫번째 앨범 수록곡 'What about now'라는 곡입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맘에 드시나요?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럼 이제 작업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https://allmusic.com/
(비슷한 사이트로 https://www.discogs.com/도 있습니다.)
Allmusic.com 이라는 사이트에 가면 곡을 검색하고 어떤 뮤지션이 참여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daughtry'를 검색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위와 같이 다양한 정보가 나옵니다. 장르와 스타일, 그룹멤버는 물론 비슷한 아티스트(Similar Artists)까지 찾아줍니다. 또 어떤 뮤지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Influenced by)도 나옵니다. 두개의 앨범 중 좌측에 있는 Daughtry 앨범(앨범명도 Daughtry입니다.)을 클릭해 보겠습니다.
(그림은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클릭하면 원본보기가 가능하고 티스토리 블로그에서는 CTRL+마우스휠로 확대 축소하셔도 됩니다. 파이어폭스는 마우스 오른쪽 누르면 그림보기 있는데 그걸로 원본 크기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빨간색으로 박스를 친 곳에 곡이 있습니다. 이 곡의 작곡가는 Hodges와 Moody라고 나오는 군요. 최근 우리나라도 그렇고 외국에서는 이미 공동작곡의 작업형태가 상당히 많아 졌습니다. 앞에 있는 Hodges를 클릭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위와 같은 화면이 나옵니다. 풀네임은 David Hodges였군요. 상단탭에서 Credits 를 클릭하면 이 사람이 참여한 내역이 쫘악 뜹니다. 작곡 편곡, 연주세션 한 내용까지 나옵니다. 캡쳐하기엔 내용이 너무 길어서 링크로 대체합니다.
https://allmusic.com/artist/david-hodges-p639654/credits
셀린디온, 켈리클락슨, 에반에센스의 앨범에도 참여한 걸로 나오네요. 곡명 옆에 스피커 표시가 있는데 곡의 일부를 들어 볼 수 있습니다.
Credits 옆에 있는 Songs 를 클릭해 보면 이 사람이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낸 곡들이 나옵니다.
Rising 이라는 앨범이 있고 총 네개의 곡이 있군요. 제일 위에 있는 'Another Red Light'라는 곡을 한 번 들어보세요. 위에서 Daughty의 곡이 마음에 드셨다면 이 곡도 꽤 마음에 드실거라 생각합니다. 위젯을 만드는 김에 다른 곡들도 몇개 더 가져왔습니다. 저는 굉장히 마음에 드네요.
네이버에서 David Hodges, rising, another red light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결과가 잘 안나옵니다. 이 정도면 디깅 성공이겠죠. 그렇지만 사실은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곡가 입니다. 위키에 이 사람이름으로 된 페이지도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David_Hodges
에반에센스 전 멤버인데 벌써 그래미만 세번 받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작곡가 이름으로 검색해서 음악을 들으시면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위의 곡이 마음에 드셨다면 앞으로 이런 방법으로 음악을 검색해서 들어보세요. 알려지지 않는 좋은 음악들이 많이 있고 생각치 못한 대박들이 많이 나온답니다.
그럼 이제 국내 쪽으로 한 번 검색을 해보겠습니다. 국내 음악은 찾는 것이 좀 더 쉽습니다. 저작권협회 홈페이지에 있는 작품검색을 이용하면 됩니다.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www.komca.or.kr/wos/wos_contents_01_sch02.jsp
요즘 정말 유명한 곡인데 작곡가 이름은 아는 사람이 없는 곡으로 한 번 골라봤습니다. 백지영이 부른 '그남자(그여자)'라는 곡입니다. 요즘 라디오와 방송에서 미친듯이 나오고 있죠?ㅎ
작품명에서 '그남자'로 검색했더니 전병기(W0246200)이라는 이름이 나오는군요. 알파벳과 숫자는 회원번호입니다. 그럼 이제 이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겠습니다. 27건의 결과가 나오는군요. 개인앨범도 내신적이 있으신가 봅니다. 그런데 다른 곡의 발표년도가 거의 90년대라서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작자명에 회원번호로 검색을 했더니 전해성씨와 회원번호가 같네요. '그여자'로 다시 검색해보니 '그여자'는 전해성씨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두개의 이름으로 활동을 하신 모양입니다. 이승철의 '긴하루'와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작곡하셨던 그 전해성씨가 맞는 거 같네요.
아쉽게 안알려진 뮤지션 디깅엔 실패했지만 전해성씨가 만든 다른 곡들을 한번 찾아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히트곡도 많지만 모르는 가수의 알려지지 않는 곡들도 꽤 되니까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전문작곡가에게 곡을 받아서 활동하는 가수가 무지하게 많은 편입니다. 외국은 아예 작사가라는 개념도 따로 없습니다. 보통 자기가 곡을 쓰고 노래하는 경우가 많고 곡을 받더라도 가수가 직접 가사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처럼 전문가들이 다 만들어주고 얼굴 이쁘고 잘생긴 친구들이 무대에 오르는 시장에서는 작곡가의 이름을 보고 곡을 찾아 듣게 되면 전혀 모르는 가수의 알려지지 않은 곡이어도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엠블랙과 비의 앨범에서 곡도 많이 쓰고 프로듀싱한 태완이라는 가수 겸 작곡가가 있는데 흑인음악판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사람인데 대중들은 모르는 사람이 많죠. 엠블랙과 비의 앨범에서 작곡가 이름찾아 돌아다니다 보면 태완의 솔로앨범을 접할 것입니다. 굉장한 보컬 겸 작곡가니 한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태완, C-Love, Rich c, Rich C nutz 라는 여러개의 이름으로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에서 감독보고 작품 골라서 보듯이 작곡가와 프로듀서 이름보고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조금 더 기술적인 이야기가 나갈 것입니다. 쉽게 잘 설명해야 할텐데 그럴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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