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에서 김영하가 말한 영감에 관한이야기
추석 때 알쓸신잡 몰아서 보다가 재밌는 이야기가 몇가지 나와서 올려봅니다. 김영하는 원래도 좋아하는 소설가인데 저 같은 사람에게 피가되고 살이되는 말을 많이 합니다. 유시민, 정재승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소재가 나왔을 때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는 지식인인데 반해 김영하는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고 상대방 말 잘 들어주다가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데 그 지식과 통찰력이 정말 놀라운 것 같습니다.
김영하가 한 말 중에 감옥은 아티스트 레지던스로 최고라고 한 말이 있습니다. 웃기면서도 맞는 말인데 역사적으로 철학자, 작가, 예술가들이 감옥에서 작품활동을 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국내만 따져봐도 얼핏 안중근, 황석영, 전인권 등이 생각납니다. 소설가 이외수는 심지어 작업실 문을 쇠창살로 바꾼걸로도 유명합니다. 감옥에는 가지 말아야겠지만 역시 꾸준한 창작을 위해서는 오락거리를 좀 멀리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작업실에 오락거리를 좀 줄여야 할텐데 생각과 행동이 반대네요.
그 다음에 한 말이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연구자나 작가, 예술가 등 창의력을 많이 요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영감'을 기다립니다. 뮤즈라는 말도 많이 쓰고 이 바닥 분들은 '영감님'이라고 많이 하죠. 저도 악상 언제 떠오르나 하고 기다렸던 적이 많네요. 영감 안 떠오르면 작업 안하는 사람도 많지만 제가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들을 보면 항상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프리랜서가 대부분이다보니 자기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더 살아남기 힘든 것 같습니다.
바흐는 수준높은 곡을 일주일에 하나씩 발표할 정도로 꾸준히 작업을 했고, 무라카미 하루키도 매일 한시간씩 달리기와 수영을 해서 체력까지 잘 관리하기로 유명합니다. 베르나르베르베르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쓴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철저한 자기관리로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물론 방탕하게 살다가 천재로 요절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이를 먹어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관리도 잘 하는 것 같네요.
저도 예전에 일과표를 만들고 지켜보려 한 적이 있는데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부담이 좀 덜 할 것 같은데 쉽지가 않네요. 특히, 외주일을 같이 하게되면 마감날도 지켜야 하니 밤새서 작업하고, 그러다 지쳐서 한동안 작업도 안하고 딴짓거리하고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시덥잖은 핑계야 대기 나름이고 계획만 세우는거야 누가 못하겠습니까? 그 전에 계획을 세울 때는 스케쥴을 너무 빡세게 잡아서 실패한 점도 있는데 이번에는 제 수준에 맞게 좀 더 계획을 잘 세워서 꾸준히 작업을 해봐야 겠네요. 영감님이 택배기사처럼 잘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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