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에 관한 몇가지 오해들

음악 이야기 2010년 11월 28일




 음악 들을 때나 파일 모아재끼기 할 때 음질을 굉장히 중요시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런 분들이 흥미를 가지실 만한 내용을 몇가지 정리해 봤습니다.

 1. Mp3? 무손실? 무조건 무손실이 좋은 거 아닌가?

 컴퓨터가 발달되면서 CD가 점점 사라지고 음악 파일로 음악을 듣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드용량이 커지면서 이제는 음악파일도 무손실로 모으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무손실로 들으니 완전 좋더라. 다른 세상이 열린다 이런 분들이 계시는데 그거 다 개소립니다.

 일단 mp3보다 좋은 건 사실입니다. MP3는 소리가 안나는 부분을 잘라내고 압축하는 포맷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잘 가실 겁니다.

 원래 아래와 같은 사진이 있다고 해보죠.




 여기에서 배경부분을 없애고 주인공만 남긴 아래의 사진이 Mp3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무만 남기고 하늘을 없앤 사진이라고 할 수 있죠. 여백의 미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죠?



그런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무손실 파일이 위의 그림이 아니라는 겁니다. 무손실 조차도 아래 사진에 가깝습니다. 보통 음악하는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판매를 위해 파일을 넘길 때 CD포맷에 맞게 만들어서 내놓습니다. 그게 자주 들으시던 44100hz 16bit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넘어가고 정말 쉽게 말씀드리면 1초에 44100번 소리를 체크한다는 뜻입니다.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모니터에 비교하자면 44100칼라 정도 되겠네요. 16bit는 다이나믹 레인지와 관련이 깊습니다. 실제로 제가 다른 사람 귀에다 대고 제일 작은 소리와 제일 큰 소리를 냈을 때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죠? 죽어라 악을 지르면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정도로 고통스러울 겁니다.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그런데 음악에서는 그렇지 않죠? 다이나믹 레인지(범위)가 실제 소리보다 훨씬 적다는 뜻입니다. 24bit 32bit이런식으로 올라갈수록 레인지가 넓어집니다.
 따라서 mp3가 됐든 무손실 wav, flac이 됐든 실제 소리를 100이라고 놓고 봤을 때 이미 상당부분은 날아간 소리라는 겁니다. 물론 녹음실에서는 예전부터 주로 48000hz에 24bit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CD보다 더 세밀하게 기록한 소리입니다. 전문 장비로는 96000hz나 혹은 그이상으로 192000hz까지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판매를 위해서는 전부 44100hz 16bit로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이것을 커버하기 위해서 SACD라는 것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이런 저런 한계에 부딪혀 대중화 되지는 못했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 한가지가 있는데 192000hz가 44100hz보다 항상 듣기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실적인 소리에 가까울 뿐이죠. 이미지 중에는 위와 같은 사진도 있지만 아래와 같은 그림도 있습니다. 이런 그림은 사실적인 색표현보다는 색채대비가 분명하고 강렬한 쪽이 먹힙니다. 먹힌다는 표현이 좀 그렇네요. 어쨌든 빵빵 터집니다.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 쪽에서는 일부러 이런 느낌을 내기 위해 bit를 떨어뜨려 둔탁하고 질 떨어지는 소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Bit crusher라고 하는 것인데요. 윤상앨범이나 류이치사카모토 앨범중에 둔탁한 드럼소리나는 곡이 있습니다. Linn drum 머신을 이용해서 bit를 떨어뜨려 일부러 단단한 느낌을 주는 거죠. 아무래도 이런쪽 장르에서는 이쪽이 더 멋있게 들리기도 합니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뭐라고 확실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런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걸 말씀 드립니다.


2. EQ를 사용하면 음질이 좋아진다?

 제가 아무래도 음악을 하다보니 주변에 음악하는 사람이 좀 있습니다. 작곡가도 있고 세션도 있고 엔지니어도 있고 그렇습니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아무도 EQ라는 걸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음악 만들때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들을 때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딘가에 쓰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적어도 제 주변에는 단 한분도 없습니다.
윈앰프나 푸바같은 소프트웨어나 아이리버같은데에 있는 EQ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 언제나 쓰시는 건 본인 마음이지만 제 주변에 왜 아무도 EQ를 안쓰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EQ는 음역대별로 볼륨을 올리거나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이걸 만지면 소리가 많이 변하죠. 그래서 안쓰는 겁니다. 좀 이상한 이유인가요? 음악을 만들 때 작곡가는 고심해서 멜로디를 쓰고 편곡자는 밤을 세워가며 악기를 넣습니다. 연주자들은 수년에서 수십년 닦아놓은 테크닉을 가지고 연주합니다. 녹음엔지니어는 그 소리에 잘 어울리는 마이크를 적절한 방식으로 녹음하고 믹싱엔지니어는 엄청나게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쳐서 제일 좋은 소리로 만들어 놓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믹싱까지 다 되면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무리없는 소리로 만들기 위해 또 노력합니다. 그런데 리스너가 EQ를 거는 순간 그게 바뀝니다. 좋은 쪽으로 바뀌든 나쁜 쪽으로 바뀌든 어쨌든 그 수많은 창작자들이 의도했던 것과는 달라집니다. 그래서 음악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EQ를 잘 쓰지 않습니다. 외국의 경우도 (외국이라고 하니 너무 많네요. 영국, 미국으로 합시다.) 마찬가지로 EQ를 잘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팟에 음장기능이 없는 겁니다. 최대한 주파수응답이 평탄한 기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그게 제작자의 의도를 제일 잘 전달하는 일이고 그쪽 나라에서는 음장기능이 없다고 해서 강하게 불만이 터져나오지 않습니다.

 EQ를 좋아하는 나라를 딱 두개 꼽으라면 당연히 일본과 한국입니다. 워낙 제멋대로 만지는 걸 좋아해서 그런거 같습니다.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EQ를 쓰고 안쓰고는 당연히 본인 마음입니다. '창작자의 의도야 어찌됐든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라는 것도 어찌보면 그럴듯한 마인드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더 꼭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장르마다 EQing이 정해진 것처럼은 착각하지 마세요. 장르라는 것이 애초에 확실하게 나눠지지 않을 뿐더러 곡마다 녹음된 소리가 다르고 악기가 다르고 엔지니어가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mid에서 high쪽을 올리면 일시적으로 좋게 들립니다. 왜 그러냐면 그냥 볼륨이 올라가서 그런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들은 볼륨이 크면 좋은 소리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swf파일에 소리를 들어보면 90%이상은 다 깨진 소리입니다. 깨지는 게 안들리는지 무작정 큰 볼륨으로 인코딩하고는 하죠. 잠깐 들으면 좋은 소리처럼 들리지만 오래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들입니다.

 EQ를 쓸 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보정의 의미로 쓰는 것은 괜찮을 때도 있습니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쓰는 스피커를 모니터스피커라고 합니다. 자기가 만지고 있는 소리가 얼마나 있는 그대로 들려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파수 응답이 평탄한 제품이 좋은 제품으로 인식됩니다. 스피커나 마이크, 헤드폰 따위를 사면 아래와 같은 주파수응답그래프가 메뉴얼에 나와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게 평탄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감상용 스피커에서도 평탄할 수록 좋은 제품 취급 받습니다. 그만큼 창작자의 의도가 잘 전달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어서 입니다.




만약 본인의 스피커나 헤드폰이 아래와 같은 주파수응답을 가진 제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음역대를 부스트 (볼륨 UP!)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단순한 보정 목적이라면 부스트보다는 볼륨을 내리는 쪽이 왜곡이 덜 합니다. 하지만 내리는 쪽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들이 접하는 EQ는 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로 사용하는 EQ는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정도 합니다. 번들제품은 몇백만원까지도 합니다. 그런데 무료로 제공하는 EQ가 그렇게 품질이 뛰어나다면 이 회사들 다 망했겠죠. 자신이 직접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VST를 걸지 않는 이상 올리든 내리든 심한 왜곡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3. 그렇다면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듣는 제일 좋은 방법은?

 포스팅을 한김에 끝을 보는게 낫겠다 싶어 한가지만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오디오 매니아에 관한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케이블 하나에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하는 제품을 지르고 진공관 앰프같은 것도 사용합니다. 마누라한테 욕얻어 먹기 딱 좋은 케이스죠. 이러고 계신분들도 계시고, 돈 없어서 못하는 분들도 계시고, 전혀 이해 못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정말 일반적인 PC스피커를 쓰고 일반적인 이어폰을 쓰는 사람은 위에 열심히 설명했던 이야기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껏 한 이야기가 그냥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mp3플레이어나 스마트폰같은 것을 다루는 카페에 가보면 항상 음질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EQ는 어떻게 써야되네, 이어폰을 바꿨더니 소리가 훨씬 좋아졌네, 역시 무손실로 들으니 다르더라 이런 이야기들 말이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에 엔지니어들이 나서서 한마디 하는 거 아마 거의 못보셨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대부분 그냥 귀여워서 무시하는 겁니다. 포터블 기기나 싸구려 PC스피커의 음질을 가지고 왈가왈부 한다는거 자체가 시간낭비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거든요. 아까도 모니터에 비교했지만 RGB를 아무리 세밀하게 조절해도 모니터가 256칼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스튜디오에서 쓰이는 제품이나 오디오 매니아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이 32비트 트루컬러라면 5만원도 안되는 싸구려 스피커나 이어폰 같은 것들은 256컬러보다 조금 좋은 정도 될 겁니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예전에 흑백텔레비전 본 적 있으실 겁니다. 그 때는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보고 그랬죠. 그런데 컬러TV를 보고 나면 흑백으로는 절대 만족 못합니다. 그러니 오디오 매니아들이 월급을 거기다가 다 쓰는 거죠. 제가 앞서 말한 내용들이 의미가 없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스피커가 안좋고 이어폰이 안좋으면 mp3든 무손실이든 EQ든 별 의미가 없습니다. 혹시 스튜디오를 가 보실 경험이 있으시면 거기에서 꼭 아는 노래를 한번 들어보세요. 못 듣던 소리가 들리고 생각보다 심하게 다른 노래로 들릴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음향기기 만드는 회사들이 글러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장비 보세요. 그래픽 카드부터 카메라까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가격이 내려가는데 이놈의 음향기기 회사들은 개발도 많이 안하고 가격도 엄청 비싸게 쳐 받습니다. 하드가격도 무지 싸졌겠다 좋은 스피커를 싼 가격에 판매하면 mp3는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데 음향회사가 태클을 거네요. 192000hz로 32bit로 집에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그러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어쿠스틱 음악 퀄리티도 좀 더 올라갈 텐데요.


4. 음질을 따진다면 이 곳이 제일 문제!!

 이 곳이 제일 문제입니다. 어딜까요? 바로 방송국입니다. 일반인들은 왜 아무도 항의를 안하는지 모르겠네요. 방송국에서 나오는 소리는 다이나믹 레인지가 정말 좁습니다. 음악에는 정말 쥐약이죠.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작은 소리와 큰 소리를 실제로 내면 그 차이가 어마어마 합니다만 그 차이가 방송에서는 더욱 좁아집니다. 축구해설 할 때 보면 해설자가 결정적인 장면에 갑자기 소리지르잖아요. 그걸 아무 것도 없이 그냥 냅두면 시청자들 귀때기 떨어져 나가고 항의 들어오고 난리나겠죠? 그래서 컴프레서 (이 경우는 리미터에 가깝습니다.)라는 것을 걸어서 다이나믹 레인지를 심하게 좁혀줍니다. 그래야 나직이 읖조려도 말이 잘 들리거든요. 강호동 목소리도 컴프레서 대박 걸린 소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음악에도 이 프로세스를 그대로 쓴다는 겁니다. 음악에는 강약이 있어야 감동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음악 시간에 배우셨을 겁니다. 피아노(p), 포르테(f), 크레센도, 데크레센도 이런것들 말이죠. 그런데 방송에서 음악을 들으면 이런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2000년 초 쯤이 피크였습니다. 저는 정말 노력해도 도저히 못보겠더라구요. 가뜩이나 TV스피커도 구린데 방송되는 소리까지 가관이니 귀가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는 겁니다. 방송국에 음향전문가들도 많이 들어가고 음주방송도 많이 줄어들고 (한 때 엔지니어들 음주방송 엄청많았습니다..) 해서 예전과 비교하면 훨씬 좋아진 것 같습니다. 라라라 같은 경우도 사운드가 꽤 만족스러웠고 드라마 추노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문제인 곳이 한군데 더 있는데 바로 영화관입니다. 원래 영화관 스피커 좀 좋은 것들을 씁니다. 해상도도 좋고 좋은 장비도 많이 가져다 놓죠. 그런데 영화관에 음향전문가를 두지는 않습니다. 어떤 경향이 있냐면 볼륨을 지나치게 크게 잡아놓습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사람은 볼륨이 커지면 소리가 좋아졌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무작정 크게만 해놓는 거죠.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적당한 볼륨이라는 게 있어서 크지도 작지도 않고 집중이 잘 되게 해야하는데 영화관 볼륨은 지나치게 큰 경향이 있네요. 물론 떠들고 부시럭 거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점도 있겠지요.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게 가끔 발견 되는데 출입문 때문에 좌우 패닝이 안맞는 곳이 있습니다.
 사실 스테레오 돌비 5.1채널 SRS이런거 다 귀속임입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모두 모노 인데 위치를 다르게 둠으로써 입체적인 소리라고 사기를 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스피커 위치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원래 영화관 디자인 할 때 스피커 위치가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데 출입문 때문에 이걸 옮겨놓은 곳이 몇군데 있었습니다. 빅뱅이론의 셸든처럼 소리 질러보고 제일 음향상태 좋은 곳에 앉던가 해야겠습니다.





 이상으로 음향에 관심 많으신 분들과 수다를 떨어보고자 시작했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빨리 화성학 레슨글 올려야 되는데 자꾸 다른 포스팅을 하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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