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앉은 사이렌과 커피 한 잔

바위 위에 앉은 사이렌과 커피 한 잔

스타벅스 로고에 등장하는 몬스터

잡담 2010년 10월 2일

누구나 지나치다가 한 번쯤 봤을 법한 스타벅스 로고는 눈에도 잘 띄고 색감도 잘 잡아서 잘 만든 로고라고 칭찬받는다죠.

가끔씩 로고를 볼 때마다 저 왕관 쓴 여자는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어(The Mermaid) 같기도 하고 사이렌(The Siren) 같기도 한데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아무래도 사이렌 쪽에 무게가 실리더군요.

사이렌이란

'사이렌이 뭐지?~@.@' 하시는 분들은 그리스로마 신화나 호메로스의 스펙타클 헐리우드 액션 소설 오디세이아를 읽어보시면 어떤 존재인지 아실 겁니다. (사실 헐리우드에서 호메로스의 영웅 이야기를 많이 본따죠.)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사이렌(The Siren)은 바다에서 매력적인 목소리로 남자들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몬스터입니다. 사이렌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책에서는 물의 정령과 차이가 모호해서 헷갈리거나 물의 정령(The Naiades)과 퓨전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리가 멀쩡하네요. 몬스터라고 부르기엔 너무 이쁩니다. 예나 지금이나 주연급 캐릭터는 쉽게 전부 드러내지 않는 군요.

사이렌은 종종 악기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시대상으로 거트(동물 내장으로 만드는 현)이거나 그 이전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튜닝 및 줄 갈이가 상당히 고됐을 텐데 부지런하기까지 한 모양입니다.

여기에다가 노래까지 잘한다 이거죠. 얼굴 되고 연주 되고 노래 되고...

모두가 탐내는 인재죠.

두 종류의 사이렌

그렇지만 사이렌이 항상 위에 등장하는 것과 같다면 몬스터라고 부르지도 않았겠죠. 사실 사이렌은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바로 날개가 달려 있는 것입니다. 새와 사람이 합쳐져 있는 형태죠.

사이렌은 인류 역사 내내 '치명적인 매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이렌은 바로 하체가 물고기처럼 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인어가 먼저인지 사이렌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네요. 이 경우에도 상체는 드러내는 편이 유혹하기 수월한가 봅니다.

물고기 하체 사이렌
물고기 하체 사이렌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The Siren (1900)

아래 그림에는 물고기 하체도 있고 사람 다리도 있네요. 이 친구들은 변신 가능한가 봅니다. 그나저나 바로 앞에서 사이렌이 다가와도 별 신경 안 쓰고 있는 미남 선원의 카리스마!! 스티븐 시걸의 목 꺾기를 할 것만 같은 우람한 팔 근육!!

율리시스와 사이렌들
율리시스와 사이렌들

허버트 드레이퍼, Ulysses and the Sirens (1909)

사이렌이 남자를 도망 못 치게 다리를 꼭 묶어두고 있네요. 이 친구는 유재석과 달리 '저쪼위'군요..

어부와 사이렌
어부와 사이렌

프레데릭 레이튼, The Fisherman and the Syren (1856-58)

사이렌 중에는 Naga-siren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naga는 뱀이라는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로 힌두교나 불교 신화에 반인반수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아마 게임 같은 곳에서 이런 몬스터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사이렌보다 훨 세 보이지만 매력 따윈 남 줘버린 지 오래.

스타벅스 로고의 변천사

스타벅스 로고에 등장하는 사이렌은 물고기와 사람의 혼합 형태입니다. 아래 사진은 초창기의 스타벅스 로고입니다.

"That early siren, bared-breasted and Rubenesque, was supposed to be as seductive as coffee itself."

여전히 '유혹적'이라는 의미를 중심으로 사이렌을 사용했습니다. Rubenesque라는 단어는 잘 모르겠는데 루벤스라는 유명한 화가가 있나 봅니다. (Rubenesque는 루벤스 그림의 풍만한 여성상에서 온 말입니다.) 미술 전공하시는 분들이 아시겠죠. 단어까지 있는 거 보면 엄청난 화가일 텐데.. 모르겠네요.

쌍꼬리 사이렌 목판화
쌍꼬리 사이렌 목판화

쌍꼬리 사이렌 목판화 (15세기)

스타벅스 초기 로고
스타벅스 초기 로고

스타벅스 초기 로고 (1971)

스타벅스를 키운 슐츠라는 사람은 Il Giornale(일 지오날레)라는 커피 회사를 만들고 다음과 같은 로고를 쓰기도 했습니다. 메신저 머큐리라고 합니다. 상업과 교역의 신이죠. 스피드에 집중한 컨셉이라고 하는데 왜 머큐리일까요. 상업이 발달되어 바쁜 곳에서 장사를 했나 봅니다.

일 지오날레 로고
일 지오날레 로고

일 지오날레 로고

이 두 개의 로고가 합쳐져서 다음과 같은 로고가 탄생했죠.

스타벅스 로고 1987
스타벅스 로고 1987

스타벅스 로고 (1987-1992)

이 로고는 다시 아래처럼 바뀌었습니다. 매력적인 배꼽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어디가 매력적이라는 거야.

스타벅스 로고 1992
스타벅스 로고 1992

스타벅스 로고 (1992-2011)

2008년에 원래의 브라운 톤을 살려서 레트로 스타일의 로고로 다시 바꿨습니다만 보수적인 단체들의 항의가 있었습니다. 사이렌의 자세가 선정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스타벅스 레트로 로고
스타벅스 레트로 로고

스타벅스 레트로 로고 (2008)

사이렌의 유래

사실 사이렌이라는 존재 자체가 남편을 바다에 보낸 아내의 근심으로부터 탄생했다고 생각됩니다. 항구에 있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매춘부에 대한 증오가 사이렌이라는 환상적 존재로 나타난 거겠죠. '악마의 역사'라는 책을 보면 사실 인류는 신(神) 이전에 악마를 믿었다는 의견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악령에 대한 믿음이 강하니까요.

남편이 바다로 떠나기 전에 아내들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안 봐도 눈에 훤합니다. 그래서 사이렌은 경고의 의미로도 많이 쓰입니다. 경찰차나 앰뷸런스에 있는 사이렌이 바로 그거죠.

요괴나 괴물 이런 데에 관심이 많아서 나중에 시간이 나면 남자 물요괴에 대해서도 한 번 써보고 싶네요. 갑자기 모습을 자랑하는 사오정이나 캡콤의 뱀파이어 시리즈에 등장하는 Aulbath(해외판: Rikuo), 갓파 같은 것들이 생각나네요. 지금 생각해도 일본 게임 업체의 사전 조사와 배경 지식은 진짜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몬스터 도감이었나 귀신 도감이었나 그런 책이 있었는데 요새는 그런 책 찾기가 어렵네요. 동서양의 귀신과 몬스터를 그림과 함께 정리한 엄청나게 재밌는 책이었는데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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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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