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식인이 말하는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좋은 이유

독서, 출판 2015년 1월 1일




그 지식인은 다름 아닌 마키시마 쇼고입니다.ㅎㅎ

마키시마 쇼고는 사이코-패스 (Psycho-Pass)라는 일본 애니에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나쁜놈이지만 굉장히 똑똑한 놈입니다.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라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혹시 안보신 분들 중에 SF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밌게 보실 수 있을겁니다. 내용도 꽤 심오한 면이 있고 스토리 진행도 스피디하고 연출이나 대사도 아주 좋습니다. 갈등도 분명하게 드러나서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감독이나 스텝 중에 [카우보이 비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지 [카우보이 비밥]을 오마쥬한 요소들도 조금씩 있는 것 같더라구요.



이 마키시마 쇼고가 최구성(한국인으로 나옵니다.)이라는 해커에게 SF서적을 추천하면서 전자책 이야기를 잠깐 하는데 인상깊어서 블로그에 올려봅니다.




































여기에서 마키시마 쇼고가 추천하는 책은 필립.K.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입니다. 상당히 오래된 SF소설인데 SF소설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책입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도 잠깐 언급되는데 1982년에 나온 <블레이드 러너>입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해리슨 포드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것도 재밌고, 그리스의 거장 작곡가 반젤리스의 블레이드 러너 OST도 굉장히 유명합니다. 영화와 소설 둘 다 굉장히 유명하고 잘 만든 작품이니 안보신 분들은 한번쯤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휴대전화에서 사용하는 OS 이름 중의 하나인 안드로이드라는 용어는 원래 SF쪽에서 먼저 사용하던 단어입니다. '인간을 닮은 것'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인데 SF에서 인간을 닮은 로봇 등을 지칭할 때 많이 쓰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소설 제목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것이 아마 먼저일 겁니다.





원제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인데 이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라고 적어놓으니 이중적인 의미가 되어 버린 감이 있습니다. 뭐 두가지 의미 모두 책 내용과 부합하는 면이 있긴 합니다만 원래 제목이 금방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어서 최근에 번역된 버전들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제목을 좀 설명하자면...영어 원제는 말그대로 잠잘 때 꾸는 꿈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보통 잠이 안오면 양을 센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영어의 Sleep과 Sheep이 발음이 비슷해서 생겨난 것입니다. 원제에서 Sheep을 다시 Sleep으로 바꾸면 이 제목이 가진 언어적 뉘앙스가 보일 것입니다. 사람이 꿈을 꾸듯이 안드로이드는 전기적인 꿈을 꾸는가? 라는 형태의 의문을 문학적으로 재밌게 풀어낸 제목이며, 게다가 원작에서는 양이라고 하는 동물이 중요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도 초반에 동물들이 약간 등장합니다.

인간과 안드로이드, 실제 동물과 로봇 동물, 인간이 꾸는 꿈과 안드로이드가 꾸는 꿈, 종이책과 전자책. 이 것들은 닮아 있으면서도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느낍니다. SF물도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과학기술의 발전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SF가 단순히 미래를 예상하거나 상상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 놓쳐버릴 지도 모르는 어떤 가치에 대하여 강조하거나 경고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과학을 배경으로 비과학을 강조하는 그런 작품들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AI, 가타카, 우주전쟁, 마이너리티 리포트, 인터스텔라 같은 작품들이 생각나네요.


전자책이 생겨난지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고 전자책 시장이 많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저도 전자책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별히 아날로그를 사랑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국내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가 덜 되어서 그렇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흔해지면 저같은 사람은 종이책을 그리워 할 수도 있겠지만 미래에 태어난 누군가는 종이책이 가지는 매력을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음악도 CD로 듣던 시절과 mp3나 스트리밍으로 듣는 지금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종이책도 언젠가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손끝에 닿는 느낌으로 정신을 튜닝한다는 개념이 재미있어서 글을 한 번 남겨봤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컴퓨터로 적는 글에도 비슷한 느낌을 느끼던 것도 문득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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