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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학 레슨 - Lesson 1. 화성학이란?

강의-음악이론 2013년 2월 9일


“그럼 오늘은 첫날이니깐 가볍게 화성학에 대한 개념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죠.”

“저기,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 성함을 좀 알 수 있을까요? 인터넷글에는 아이디밖에 없어서요.”

“아, 그렇네요. 통성명을 해야지. 제 이름은 (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괄호안에 마음에 드는 이름이나 화성학을 배우고 싶은 선생님의 이름을 써넣으세요)”

“예, 저는 (         )라고 합니다.(괄호안에 본인의 이름을 써넣으세요)”

“자 그럼 수업을 시작해 볼까요? 일단 가벼운 질문부터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음악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음......전혀 가볍지 않은 질문이잖아. 음악이 뭐지? 일단 예술의 한 분야이긴한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려나?’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이야기해 주세요.”

“뭐랄까, 예술이 아닐까요?”

“그렇죠, 예술이죠. 예술 중에서도 소리를 사용하는 예술입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시간예술이 되기도 하구요. 물론 소리를 통해 창작자의 감정을 청자에게 전달하고 청자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조금 지루해 지는데? 뻔한 얘기만 하고 있잖아.’


“물론 어떤 사람은 음악을 돈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취미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놀이라고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학문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꿈이기도 합니다. (      )씨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무래도 작곡가가 꿈이니까 꿈에 가깝겠네요.”

“그렇군요. 사실 조금 전 질문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르쳐야 하는가를 알기위한 것이었습니다.”

“저기 선생님, 그런데 이제 말을 낮추셔도 좋지 않을까요? 제가 아무래도 나이도 아래고 하니......”

“음...... 제가 원래 매너남이라 불리는 사람이라 초면에 말을 함부로 낮추고 그런 성격은 아니지만 정 불편하시다면 그렇게 하지요.”


‘불편이라는 단어는 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갑자기 말을 놓으려니 어색하네요. 흠흠. 자 그럼 계속해서, 작곡가라면 음악이 곧 직업인 사람이지. 어떻게 보면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어. 그런 직업을 가지고 제대로 활동하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소리에 관한 것을 잘 알고 있어야돼.”


‘잘만 놓는구만 뭘.......’

“음향학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떻게 보면 음향학이라고도 할 수 있지. 지금은 화성학이 음향학과 전혀 다른 학문으로 느껴지겠지만 나중가면 음향학과 화성학이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꽤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네요.”

“미리 겁먹거나 불안해 할 필요는 없고 기본적인 화성학만 잘 배워도 좋은 곡 쓰는데는 아무 불편함이 없으니까 일단 화성학을 열심히 하는 걸로 하자.”

“예, 열심히 해야죠.”

“조금 전에 음악은 소리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지? 혹시 배음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어?”

“아니오, 처음 들어봅니다.”

“음 그럼 조금 더 원론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서, 오래된 기계나 게임에서 나오는 뿅뿅거리는 소리를 떠올려봐. 아니면 시계나 컴퓨터 메인보드에서 나는 ‘삐~’소리 같은 것들.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

“예, 기계음 같은 것들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그런 소리들 중에서 사인파라는게 있어. 큐베이스 Test Generator나 신디사이저 VSTi에서도 들어볼 수 있지. 한번 들어봐.”

wave1. 사인파 파일을 듣는다.

Wav01-Sine wave 1000hz by sja20


“많이 들어본 소리지? 이 사인파 소리는 순수한 소리야. 배음이 없는 소리지. 자연계에서는 이런 소리가 존재하지 않아.”

“음, 기계가 아니면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비슷한 소리는 있겠지만 완전하게 순수한 사인파는 자연계에 없다고 보면돼. 이번에는 피아노 소리나 기타소리를 떠올려봐. 사람의 목소리도 좋고,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 소리도 좋아. 그런 소리들은 어떻게 다르지?”

“윽, 그냥 다른거 아닌가요? 뭐랄까, 소리가 좀 풍부하다고 해야하나? 아닌가? 좀 어렵네요.”

“그럼 이 피아노 소리를 잘 들어봐.”

wave2. 피아노 C2 파일을 듣는다.

Wav02-Piano C2 by sja20



“내가 지금 어떤 음을 쳤지?”


‘흰 건반을 치긴 했는데 어떤 음인지는 모르겠네.’


“잘 모르겠어요.”


“그, 그래. 피아노를 전혀 다루지 않았으니깐 뭐...... 내가 방금 낮은 자리에 있는 ‘도’를 연주했어. 이 음은 순수한 ‘도’일까?”

“사인파가 아니니깐 아마 아니겠지요?”

“그래 피아노 소리는 사인파가 아니라서 ‘도’음을 연주해도 다른 소리들이 포함되어 있어. 여기에서 제일 처음에 나는 '도'가 기음(基音, fundamental tone)이고 나머지 음들이 배음(倍音, harmonics 또는 overtone)이 되는 거야.”

“그러면 ‘도’를 연주해도 다른 음들이 들린다는 거에요? 저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은데요?”

“사실 기음 이외의 음은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어. 그리고 우리가 배우는 현대화성학의 기초는 아무래도 그리스시대에 수학자들을 기반으로 여러 갈래로 발전한 것인데, 그 때 사람들에게는 더 잘 들렸을 수도 있겠지. 인간의 귀는 퇴화되었다는 의견이 많으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화성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나요?”

“음...... 혹시 인도음악 들어본 적 있어?”

“인터넷 동영상에서 본 적있어요. 약간 오묘하고, 춤을 신나게 추던걸요. 백댄서도 엄청나게 등장하고.....”

“그래 그 오묘한 느낌을 말하고 싶었어. 동양의 전통음악도 그렇고 지금의 현대음악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지. 그 이유가 12음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야. 서양에서는 바흐를 중심으로 평균율과 12음계가 가장 널리 쓰이게 됐고 현대음악 화성학도 그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물론 의도적으로 다른 음계를 사용하는 음악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이 존재하지.”

“그럼 제가 배우는 화성학은 가장 일반적인 화성학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건가요?”

“그렇지. 여러 음악 중에서도 가장 널리쓰이고 가장 보편적인 이론을 배우는 거라고보면돼.”

“뭔가 정석의 길을 가는 그런 느낌이군요. 그런데 조금 전에 궁금한게 있었는데 배음이랑 화성학이랑 어떤 관계가 있죠?”

“그러고 보니 얘기를 하다가 말았구나. 아까의 피아노 소리를 다시 한번 들어봐. 여기에는 여러 가지 배음이 있다고 그랬었지. 그 배음의 순서를 나타내면 이렇게 돼.”



 “뭔가 어렵네요. 이걸 꼭 알아야 하나요?”

“음...... 조금 어렵나? 그렇다면 일단 ‘도 도 솔 도 미 솔 테 도’까지 만 외워둬.”

“도 도 솔 도 미 솔 테 도.......한결 낫군요. 그런데 시플랫을 테라고 하나요?”

“음...우리나라에서는 계이름을 배울 때 ‘도레미파솔라시도’라고 배우지만 원래 발음은 ‘도레미파솔라티도’야. 샵(#)이 붙을 때는 주로 l(이)모음으로 바꾸고 플랫(b)이 붙을 때는 주로 ㅔ(에)모음으로 바꾸기 때문에 저렇게 나오는 거야.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에서 솔페지오(solfeggio)를 참고하면 될꺼야.”

"그렇군요. 음악시간에 배운 거 같기도 해요.“

“자 그럼 배음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여기에서 기음은 ‘도’가 되지. 그렇다면 ‘도’이외에 등장하는 음 중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뭐지?”

“왼쪽부터니까 ‘솔’이 되겠지요? 아닌가?”

“그렇지 ‘솔’이지.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것은 ‘미’야.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어? 도 미 솔 이라는 음말야.”

“음악시간에 많이 들어본 것 같네요.”

“그게 바로 C코드야. 그러니까 기음에 가까운 배음일수록 기음과 잘 어울리는 음이고 그것을 이용해서 음을 쌓는 것이 바로 화음이지.”

“아 그렇군요. 신기한데요? 뭔가 퍼즐처럼 맞아 떨어지네요.”

“그렇지 그게 바로 화성학을 공부하는 재미라고나 할까.”

“그런데 질문이 있습니다. 화성학이 뭔지는 조금 알 것 같은데 화성학을 배워서 어떻게 써먹어야 하죠? 뭐 듣기로는 유명 프로듀서 중에서는 악보도 못보고 화성학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던데요.”

“뭐 세상에는 여러사람이 있지. 일단 그 유명프로듀서가 악보도 못보고 화성학도 모른다는 사실이 여기 먼나라에 있는 우리들까지 알게 된 것은 그것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뭐 그런 경우도 있고 주변에 있는 연주자들이 워낙 뛰어나서 마무리를 잘 해줄 수도 있는 거겠지. 사실 그 사람들이 화성학을 모른다고 해도 소리를 듣는 귀가 발달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어. 다만 그런 귀를 가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음악을 듣고 만들어야 하는데 화성학을 배움으로써 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거야. 또 음악 이론을 배움으로인해 그 한계에 갇혀버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이론을 알고나서야 벗어날 수 있는 점도 있지. 아무튼 여러모로 알아두면 좋은 이론이고,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하기위해서는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사실 저도 일단 배워두어야 할 것 같아서 레슨을 받게 되었어요.”

“그리고 화성학을 어떻게 써먹냐? 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광범위한 질문이긴 한데 대략적으로 설명해줄게. 일단 멜로디를 만들 때 쓸 수 있지. 음계를 가지고 멜로디를 만들수도 있고 음정이나 반진행, 어프로치 등 이론을 가지고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아. 물론 아무것도 없이 이른바 ‘입작곡’이라고 하는 흥얼거리기로도 좋은 멜로디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쪽이야 말로 틀안에 갇히기가 쉽지.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양쪽 다 잘하는 것이지만 말야. 그리고 멜로디를 만든 후에 코드를 붙일 때도 화성학이 엄청나게 활용되지. 똑같은 멜로디여도 어떤 코드를 붙이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곡이 되어 버리거든. 화성학을 배우면 좀 더 잘 어울리는 코드나 세련된 코드를 붙일 수 있게 되지. 그 밖에도 편곡이나 믹싱을 하는데에 있어서도 활용할 수 있어.”

“좀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서 전부 이해가 가진 않지만 어쨌든 많이 쓰인다는 거군요.”

“뭐 일단은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지. 아직 배울 시간은 많이 남아있으니까......”

“어쩐지 조금 부담되는데요?”

“화성학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꾸준히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 향상되어 있을거야.”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다만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익히는 것은 꽤 까다롭지. 항상 소리를 들어가면서 연습하는 버릇을 들일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아.”

“아무래도 소리가 가장 중요한 거겠지요?”

“좋아, 그러면 오늘은 일단 첫 번째 날이니깐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자.”

“뭔가 아쉬운면서도 다행이다 싶네요. 숙제같은 건 없나요?”

“숙제가 없으면 섭하지.”

“오늘의 숙제는 4분의 4박자로 된 피아노곡을 하나 골라서 악보를 보면서 노래를 50번 정도 들어보는 거야.”

“우웃. 똑같은 노래를 50번이나 들어야 하나요?”

“앞으로 곡을 쓰고 편곡하고 믹싱까지 하게 되면 한곡을 최소 수백번은 듣게 될거야. 50번은 별로 많은게 아니지.”

“그렇군요. 어떤 노래로 해야 하나요?”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하는게 좋겠지. 그리고 가급적 쉬운곡으로 하는게 더 도움이 될거야. 이 숙제의 목적은 악보에 익숙해지고 박자와 리듬에 대한 개념을 잡기 위한 거야. 물론 악보에 익숙하다면 이 숙제는 건너뛰어도 좋아. 다만 간혹 리듬이 강하게 드러나는 음악을 한다고 해서 자신이 리듬감이 좋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테스트해보면 아닌경우가 많지 또 음악생활을 넓고 길게 본다면 악보로 읽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정도 길러두는 것이 좋아.”

“근데 사실 저 피아노곡을 별로 안좋아해서, 어떤 곡이 있는지도 잘 모르구요.”

“음...... 그러면 어쩔 수 없지. 피아노 곡 말고 뭐가 있으려나.”

“댄스나 힙합 뭐 이런건 안되나요?”

“그래, 좋아. 그럼 피아노곡으로 하자.”

“예? (농담인가?)”

“일단 악보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피아노 솔로곡이 가장 좋아. 악기가 많거나 악보로 표현하기 힘든 테크닉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곡은 악보를 익히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어.”

“그렇군요. 그럼 한두 곡만 추천해 주세요.”

“혹시 파이날 판타지 좋아하나?”

“아, 최고의 RPG죠.”

“그럼 파이날 판타지 음악중에서 골라봐. 꾸준히 피아노앨범이 나오는데 좋은 곡이 참 많지. 아니면 이루마나 조지윈스턴 곡 중에서 좀 쉬운걸로 해도 좋고. 이런 곡들은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악보를 사기도 쉬우니까.”

“그럼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수업은 여기에서 끝인가요?”

“그래, 오늘은 처음이니까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자. 난 대학다닐 때 첫주에 수업하는 교수가 제일싫었어.”

“(뭐지? 수업 해놓고......) 예,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뵐게요.”

수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서 그런지 눈이 부셨다. 반지하에서 나오자마자 쇼생크탈출의 유명한 장면이 생각났다. 아니지, 영화에서는 비가 왔던가? 어쨌든 탈출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실력이 없는 사람이면 어쩌나 싶었는데 첫 수업을 듣고나니 너무 어렵게 가르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처음 들어보는 말들은 왜그리도 많은 건지...... 그래도 선생님 말대로 아직 배울날이 많이 남았다. 열심히 해야지. 그런데 그저께 수업했던 미디 레슨 선생님하고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네. 뭐 조금씩 익숙해 지겠지.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내가 좋아하는 Nujabes를 들으며 전철역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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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1은 정답은 아니고 숙제하기 편하게 그냥 곡을 하나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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