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해주는 소개팅 실패할 확률이 높은 이유

잡담 2013년 4월 6일


  블로그에 좀 비전문적인 글도 많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써 봅니다. 공감하시면 다행이고 공감안하셔도 기분나빠하지 마시고 그냥 견성(犬聲)이 잠시 귀를 스쳐지나갔다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남자)는 여성친구가 해주는 소개팅을 나갔다가 실패하는 경험을 한두번씩 하곤 합니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여자는 소개시켜 주지 않으니 여자가 해주는 소개팅은 나가지 말라는 글도 상당히 많습니다.
"내 친구 예뻐. 만나볼래?" 라는 말을 믿고 아이유를 기대하며 나갔다가 신봉선(이면 다행이죠. 심지어 드록바까지)까지 만난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포토샵 및 각종 어플의 발전으로 사진도 쉽게 믿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일단 썰을 풀기전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남자들은 일단 美를 추구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입니다. 엥? 美를 추구하는 건 여자 아닌가요? 라고 반문하실 분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뭐 인간은 누구나 美를 추구합니다만 남자와 여자는 그 방향이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거나 가지려는 경향이 강한데에 비해 여자는 美 그 자체가 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유전적인 이유도 있고 문화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구요.)

 따라서 여자분들이 좋아하건 싫어하건 남자는 소개팅?하면 무조건 미모가 뛰어난 여성을 가장 먼저 염두해 둔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건 아주 지극히 평범한 케이스를 말하는 겁니다. 본인의 특수한 경우는 잠시 접어두세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제일 확률 높은 케이스만 보자구요.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소개팅을 나갔는데 상대 여성의 미모가 뛰어나지 않으면 일단 실패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뭐 자취를 한다거나 술먹고 필름이 끊기는 등의 다른 매력이 있을 수 있지만 우선적으로 미모가 뛰어나지 않으면 들이댈 의욕이 많이 상실됩니다.

 남자들은 소개팅 하기전에 주선자에게 항상 물어봅니다.
 "이쁘냐?"
 그럼 여자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응, 내 친구 엄청 예뻐."

 여기에서 모든 불행이 시작됩니다. 이건 남자들의 질문이 잘 못 되었습니다. "이쁘냐"는 최적의 질문이 아닙니다. 이렇게 질문하면 미모가 뛰어나지 않은 여성이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눈치가 정말 빠르거나 국어 능력이 아주 뛰어난 분은 제가 앞에서도 "예쁘다"라는 단어를 일부러 안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를 채셨을 겁니다.
 최적의 질문이 아닌 이유는 바로..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예쁘다"라는 단어의 의미장(meaning field)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좀 더 쉽게 이야기 하자면 "예쁘다"라는 단어 자체가 남자와 여자에게 살짝 다른 범위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예쁘다"라고 하면 남자분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미모가 뛰어나다" 이게 가장 첫번째고 가장 강력합니다.
  그렇지만 여자분들에게 "예쁘다"는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미모가 뛰어나다", "친근하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마음에 든다" 등
 "예쁘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자분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예쁘다"는 앞서말했듯 상당히 다양하게 쓰입니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니 친구 예쁘냐" 라고 물어보면 본인이랑 친할 때 그냥 "예쁘다"가 되는 겁니다. 못생겼어도 친구면 당연히 호감이 있겠죠. 내 말을 잘 들어줘도 예쁜거고 눈이 작아서 귀여워도 예쁘고 다리가 짧아서 펭귄처럼 걸어도 예쁘고 마음에드는 보조개가 있어도 예쁘고 나쁜짓 안하고 착실해도 예쁜겁니다. 얼마나 위험한(?) 질문이었는지 아시겠죠? 한편으로는 미모가 정말 뛰어나도 자기랑 안친하거나 반감이 있는 여자거나 호감이 안생기는 여자는 "안예쁘다"라고 표현합니다. TV에 나오는 쩌는 여신님들을 보면서 "저게 뭐가 예쁘냐?"라고 말씀하시는 여성분들도 많이 보셨을겁니다.

 그렇다면 왜 여자와 남자가 "예쁘다"의 뜻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걸까요? 이것은 평균적인 언어능력이 여성이 더 뛰어나서 그런면도 조금은 있겠지만 사실 어렸을 때는 남자들도 예쁘다의 뜻을 원래는 여성처럼 알고 있던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예쁘다"의 뜻이 바뀌는 거죠.
 남녀 모두 언어는 대체로 남성인 아빠보다 여성인 엄마에게 더 많이 배웁니다. 엄마들은 자식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상당히 많이 합니다. 아들의 경우는 좀 덜하지만 그래도 하긴 합니다. 아이들에게 "예쁘다"라는 단어에서 "미모가 뛰어나다"는 뜻은 상당히 약합니다. 어린 아들에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물어보면, 어느정도 자라기 전까지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라고 대답합니다. 예쁘다를 거의 "친근하다", "사랑스럽다"의 의미로 알고 있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또 예를들어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가 누나나 형에게 말을 걸면서 "동생 예쁘지?"라고 말하는데 이런 과정들 속에서 "예쁘다"라는 단어의 의미가 잡힙니다.

 여성의 경우는 성인이 될 때까지도 이 단어를 다양한 의미로 상당히 많이 듣습니다. 설령 미모는 뛰어나지 않아도 여전히 부모에겐 예쁜 딸입니다. 거기다가 본인도 예쁘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친구도 예쁘고 개도 예쁘고 필통도 예쁘고 핸드폰 고리도 예쁘고 김태희도 예쁩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는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거의 한가지 의미로만 사용합니다.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들도 "예쁘다"대신 "멋있다"라는 단어를 써주기 시작합니다.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정말 별로인데 자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모한테 많이 들으니까요.) 성인남성쯤 되면 "예쁘다"는 이제 거의 "미모가 뛰어나다"의 의미만 남게 됩니다. 여기에서 남녀 사이의 언어괴리가 생기고 그 결과 드록신과의 조우를 경험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성공적인 소개팅을 위해서는 질문을 한 번 바꿔보세요. "예쁘냐?"라고 묻지 마세요. "미모가 뛰어나니?" 혹은 "객관적으로 아름답니?"라고 묻는 쪽이 조금이나마 확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아마 "예쁘냐?"에 쉽게 대답했던 그녀도 잠시 주춤할 것입니다. 흔들리는 동공과 이유없는 말줄임, 말더듬 및 말돌림을 감지하셨다면 그 소개팅은 나가지 마시기를 추천합니다.
 물론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여성은 남자들의 "예쁘냐?"라는 질문이 뭔지 잘 알기 때문에 괜찮은 경우도 있습니다. 또 오히려 안친한 여자를 소개시켜 줬을 때 괜찮은 여자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건 제가 경험을 못해봐서..)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거울을 꼭 봅시다!! 거울을 보면 마법처럼 상대방의 수준도 보입니다.ㅋ

 그럼 다들 질문을 업그레이드해서 성공적인 소개팅 하시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대학에서 국어, 문학 공부해서 겨우 이런거나 쓰고 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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