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헛소리 - 창의력 있는 인재

잡담 2012년 1월 19일




 저는 아무래도 취업할 생각이 없다보니 기업들을 별로 좋게 안보는 경향이 좀 있긴 합니다. ㅎㅎ 기업들 인재상을 가만 지켜보면 '창의력 있는 인재', '독창적 사고' 이런 말들이 들어가 있는데 아무래도 헛소리라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창의력이란 단어 부터가 문제입니다. 애초에 ingenuity, creativity, originality가 다 다릅니다. 기발하게 응용하는 능력인지,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능력인지, 자기만의 독창적인건지 구분도 없이 그냥 다른 회사에서 창의력이라니까 너도 나도 가져다 쓰는거 같아요. 특히 이런 단어, 문화 자체도외국 회사들 많이 베낀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창의력 있는 인재, 말은 참 좋아 보입니다. 창의력 있는 인재를 원한다니까 어떻게 하면 창의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자녀가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 많을텐데 그러지 말고 그냥 학력과 토익 스펙 쌓으세요. 어렸을 때 부터 '해봐라'보다 '안돼'라는 많이 들었는데 이제와서 무슨 창의력 운운합니까? 그리고 기업에서 인재를 등용하는 시스템 자체도 창의력을 전혀 보지 않습니다.

 학점, 토익성적, 자소서로 무슨 창의력을 봅니까? 애초에 말이 안되지요. 학점, 토익성적 만들어내는게 창의력입니까? 아님 자소설 쓰는게 창의력입니까? 그나마도 잘 쓴 자소서 참고해 가면서 없는 경험 비슷하게 만들어내고 그러는데 이건 창의력에 역행하는 표절이죠. 그렇다고 창의력 보여준답시고고 자소서에 시를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떨어집니다. (실화임)

 창의력이 가장 많이 발휘되는 분야가 당연히 예술 분야인데 예술 분야 전공한 사람이 기업 지원하면 전공을 못살렸네 어쩌네 그러면서 압박면접이나 하죠. 그래놓고 뽑지도 않습니다. 정작 창작하는 사람은 뽑지도 않으면서 무슨 창의력을 운운합니까? 그러면서도 외국기업들 따라한다고 베르나르베르베르, 윌아이엠 이런 사람 비싼 돈 주고 모셔서 자문 받고 그러죠. 저 같으면 그 돈으로 진짜 창의력 있는 인재 뽑겠습니다. 뭘 만들었는지 대학에서 뭘 연구했는지 졸업작품 포트폴리오 하나 보지 않고 (물론 보는 회사도 있지만) 창의력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본다는게 면접에서 이상한 질문이나 하고 희안한 대답 못하면 '넌 창의력이 없어'이래 버리는데 그건 단순히 재치를 보는 거죠. 기지를 발휘하는 것도 창의력 중에 하나겠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순간적으로 잘 떠오르는 사람보다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된 걸 하나 만들어내는게 훨씬 좋을 것 같은데 기업은 안그런가 봅니다.

 그래놓고 애플과 구글 부러워해봤자 답 안나옵니다. 물론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창의력이 없는 게 아니고 상명하복이 문제인 것도 있지만 창의력 있는 인재를 뽑는다고 해놓고 결국은 스펙좋고 영어잘하는 친구들 뽑는 건 상당히 문제라고 봅니다.

 창의력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인건 맞는거 같습니다. 누구는 쇼핑몰을 재밌게 꾸며서 억대 돈을 벌고 누구는 취미를 바탕으로 블로그 하나를 운영해도 두 가정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법니다. 자신만의 요리를 개발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고 스타일이나 안무를 만들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창의력이 있으면 몸값이 올라갈 수도 있죠. 구글인원이 페이스북으로 대거 영입되듯이 회사 경력직에서는 그런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시스템으로는 스펙 없이 창의력 있는 인재가 뽑힐 확률은 진짜 적은 것 같습니다. 창의력 발휘할 기회가 없으니 보여주기도 힘들죠. 보여주려고 해도 보는 곳도 없구요. 이러니 인터넷에 잉여들이 창의력을 별 것 아닌 곳에 써서 재능낭비 소리 듣는 일이 상당히 많은 겁니다.

 제 생각에 기업에서 정말 창의력 있는 인재를 뽑고 싶으면 인재등용방법부터 창의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하는대로 학점, 토익, 서류, 인적성, 단순면접 이걸로는 창의력 절대 못봅니다. 프랑스처럼 대학 입시부터 논술을 보는 나라도 아니고 영국처럼 너도 나도 밴드하는 나라도 아니고 그저 공부만 하는 이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책상에 앉아있는 공부 이외에는 전부 쓸데없는 짓이라고 배우고 자란세대들이지만 창의력 있는 인재들 솔직히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 같은 방법으로 어린 세대들이 창의력이 없다고 비난해봐야 나아지는 것 하나 없습니다. 정말 창의력 있는 인재를 원한다면 창의력 있는 등용방법을 써서 창의력 있는 인재를 데려가려고 노력하는 게 훨씬 바람직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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