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Bramblitt

음악인으로서 귀의 관리 중요성과 귀를 관리하는 방법

강의-청음, 리듬트레이닝 2010년 9월 7일
John Bramblitt
John Bramblitt 2

눈이 보이지 않는 화가 John Bramblitt

 혹시 눈이 보이지 않는 화가를 상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위의 사진은 John Bramblitt라는 미국의 시각장애인 화가입니다. 장애를 딛고 성공한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나이가 들어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그는 예전에 보았던 것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립니다.

 화가에게 눈이란 외부 세계와 자신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또 눈이 없으면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모니터링 할 수가 없습니다. John Bramblitt가 이만큼 유명한 것은 '시력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개의 귀
어린아이의 귀

음악인에게 귀란?

화가에게 있어서 눈이란 작곡가에게 귀와 같습니다. '귀가 안들리는 작곡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죠? 누구나 아시는 베토벤입니다. 그는 청력을 잃은 후에도 꾸준히 곡을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음지각' 능력 때문입니다. 내가 악보에 그리는 음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런능력은 절대로 태어날 때 타고나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 부터 악보를 정확히 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베토벤이 이런 '음지각' 능력을 갖게 된 것은 바로 풍부한 작곡과 연주경험 때문입니다.

 눈이 안보이는 뮤지션은 많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 부터 시각장애인이었던 스티비원더나 생후 얼마안되서 시력을 잃은 전제덕같은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스티비원더나 전제덕이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뮤지션은 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만큼 뮤지션에게 귀는 정말 소중한기관이고 잘 관리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것처럼 귀도 점점 나빠집니다. 20~20kHz 정도인 가청주파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폭이 좁아집니다.

 시각에는 민감하면서 청각에는 굉장히 둔한 사람이많습니다. 평소에 좋은지 나쁜지 걱정 한 번 안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상당히 강합니다.

 안타깝게도 의학쪽에서도 청력 회복에 관한 것은 발전이 별로 없습니다. 한 번 망가진 귀는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할 방법이 없습니다. '음악을 오래 하고 싶다', '내 음악을 제대로 모니터링 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고 감동하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귀에 관해서 남들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상의 공간에서도 소음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컴퓨터 팬소리, 냉장고 소리, 기차나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 비행기소리, TV소리,가전제품의 고주파음, 일상적인 말소리 등 끊임없이 소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귀라는 기관에게는 엄청난 무리를 줍니다.

 또 음악을 들을 때에도 귀는 상당히 피로해 집니다. 중학교 때쯤 자극과 반응이라는 그래프를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베버의 법칙이라는 것도 생각이 나네요. 예를 들어, 코라는 기관을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자극이 강한 냄새도 금세 코가 피로를 느끼게 되면 익숙해져 냄새를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귀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강한 자극이 느껴지는 소리라도 조금 익숙해지면 자극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도 귀는 계속해서 자극을 받고 있고 이것이 심해지면 귀의 수명이 단축될 것입니다.

  얼마전에 기타의 신이라고 불리는 에릭크랩튼이 이명현상을 호소하며 청력 상실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건설 장비나 커다란 기계를 다루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음악하는 사람들과 오디오 엔지니어도 엄청나게 큰 소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 관계자들이 더 불행한 것은 청력을 잃는 순간 자신의 활동에 엄청난 어려움이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귀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세월에는 장사가 없지요. 하지만 청력손실의 80%이상은 소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적어도 귀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귀의 관리가 중요한 직업을 갖고 계신 분 혹은 가지고자 하시는 분은 다음 사항은 가급적 지켜주세요.

1. 귀를 파지 마세요

 귀지라는 것은 세균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귀지를 잘못 파게 되면 염증의 위험이있고 염증이생긴 상태에서 관리를 잘 못하거나항균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더 큰 위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귀지를 파지 말라는 것은 수많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들도 똑같이 말하고있습니다.

2. 이어폰을 사용하지 마세요.

 저도 예전에는 이동중에 이어폰을 끼우고 음악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귀의 관리를 마음먹은 이후로는 이어폰을 절대 사용하지않습니다. 이어폰을 쓰더라도 조용한 집에서 밤에 혼자 음악을 들을 때 정도로 제한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이어폰을 쓰게되면 엄청나게 커다란 볼륨으로 음악을 듣게 됩니다. 버스나 전철 자체도 시끄러운데 그것을 뚫고 소리를 듣기 위해서큰 볼륨이 필요합니다.

 다들 이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자신이 버스나 전철에서 들었던 세팅 그대로 조용한 집에서 다시 들어보면 시끄러워서 볼륨을 내리게 됩니다.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귀에 엄청난 무리를 주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젊은 층에서 이런식으로 음악듣는 것이 습관이 되어 난청이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눈과 달리 귀는 어느정도 나빠져도 자신의 귀가 나빠졌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시력도 서서히 나빠지게 되면 인식을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보였던 칠판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TV의 자막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비교를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귀는 그런 것을 측정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특정 음역대에 특정 볼륨값을 놓고 꾸준히 체크하지 않는 이상 청력이 망가진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이미 귀가 조금 망가졌지만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신 분들이 꽤 되실거라생각합니다. 왼쪽 귀와 오른쪽 귀가 들리는 소리가 많이 다르거나 특정 음역대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귀가 손상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한번 망가진 청력은 거의 돌아오지 않습니다. 눈처럼 라식이나 라섹같은 수술도 전혀 없습니다. 보청기는 볼륨을 올려주는 역할만 할 뿐 안들리는 음역대를 들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내 이어폰은 비싼거라 괜찮다.' '내 이어폰은 청력보호가 되서 괜찮다'하시는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이어폰은 청각기관 가까이에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자극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력보호용으로 나온 이어폰도 귀에서 거리를 떨어뜨려 놓은 것이 전부입니다. 정말로 청력보호를 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없다고 봐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나 이어폰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3. 작업중에 틈틈히 귀를 쉬게 해주세요.

 작곡가, 편곡가, 엔지니어 같은 직업은 극도로 예민하게 또 오랫동안 귀를 사용하는 직업입니다. 믹싱을 해보신 분이라면 잠깐쉬었다가 그동안 작업했던 것을 들어보면 다르게 들리는 것을느낀 적이 있으실 겁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귀라는 기관도 피로해지기 때문입니다.

 귀가 피로해 졌을 때는 아무 소리도 듣지말고 귀를 쉬게 해주는 것이 귀에도 좋고 작업에도 좋습니다. 귀가 피로해서 지극히 주관적인 상태로 믹싱을 하게되면 클라이언트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믹싱을 해야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여담으로, 음악하는 사람들끼리는 쉬는 시간에 음악을 틀면 '음악 열심히 안했다.'라는 하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4. 소음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알게 모르게 일상 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달린다는 표현을쓴 것은 귀에 입장에서 말한 것입니다. 본인이자각하지 못하더라도 귀는 시달리고 있는데 본인이 자각하는 소음이라면 그 피해는 더 클것입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귀가 큰 소음에 시달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은 강한 빛을 보게 되면 눈을 감게 됩니다. 눈을 감아도 부족한 경우에는 손으로 또 광량을 줄여줍니다.  

 귀가 소음에 노출되는 순간이 오면 꼭 두 손으로 귀를 막으세요. 특히 1호선을 자주이용하시는 분들 기차가 시끄럽게 지나가는 상황에서 귀를 막는 행위를 쪽팔리다고생각하지 마시고 꼭 막으세요. 적어도 작곡가, 편곡가, 연주자,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면 남의 눈보다 자신의 귀를 먼저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보통 사람의 시력만큼이나 예민한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음악이나 사운드를 모니터링을 할 때 지나치게 큰 소리로 모니터링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느정도 볼륨은 나와줘야하겠지만 너무 큰 소리로 모니터링 하는 것은 귀에도 좋지않고 결과물에도 좋지 않습니다. 큰 볼륨으로 작업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베이스를 지나치게 크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실력파 엔지니어들의 경우는 그런 실수가 거의 없거나 장르에 따라 일부러 베이스를 올리기도 합니다만 자신이 듣고 있는 볼륨이 지나치게 커서 밸런스를 잘 잡지 못하는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똑같은 볼륨을 올렸을 때 저음보다 고음에서의 지각이 민감합니다. 쉽게 말해 베이스 부분은 볼륨을 올려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데 고음부분은 볼륨을 올리면 바로 지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볼륨으로 듣다가 볼륨을 올리면 고음 부분이 두드러지게 들립니다. 이 상태를 베이스가 부족하다고 확 올려버리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깨지게 됩니다. 수많은 믹싱 고수들이 믹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밸런스와 공간감이라고 합니다. 그 중요한 밸런스를 잘 잡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큰 볼륨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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