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공부잘하길 바라는 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잡담 2010년 12월 16일



 예나 지금이나 모든 부모들의 소망중의 하나가 바로 '공부 잘하는 자녀'일 것입니다. 특히나 한국은 교육열이 정말 대단하기로 세계에서 유명하고 한국식 학원도 많이 퍼져있는 상황이죠. 핀란드에 이어서 학력평가 2위라는 성적을 내기도 했었습니다.
 학생들의 성적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한국의 부모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서울의 한 대학을 나온사람입니다만, 오히려 별로 상관이 없기 때문에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공부와 성적에 대해 조금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 보려 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쓰게 되는 글은 유아에서 초등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쓴 글입니다. 학원이 어떻고 교재가 어떻고 이런 것들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또 90%이상 기존의 이론과 통계에 바탕을 두고 쓰는 글입니다. 자녀가 똑똑해서 공부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다면 이미 역사적으로 똑똑하고 공부잘했던 사람들의 말과 그들이 어떻게 자랐는지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제기하는 방법은 어쩌다 한번 태어나는 그런 천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가장 빈도수가 많고 어찌보면 가장 쉬운 방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어느정도 분량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 글도 끝까지 읽을 정성이 없다면 자녀에게 공부잘할 것을 절대 바라지 마세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아마도 많은 부모가 이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천천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아기가 태어난지 얼마안됐다면 자신과 부모를 하나로 인식합니다. 아직 '나'라는 개념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조금씩 '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부모와는 다른 '나'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지요. 전문용어로는 이 단계를 거울단계라고 합니다. 이 때 어떤 아이들은 인식이 빠르고 어떤 아이들은 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누군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태어난다면 그건 정상이 아니죠.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아이들은 그정도로 무지한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아이들은 조금씩 말을 배우고 행동을 배우고 생각을 배웁니다. 아직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커녕 '옳다', '그르다'에 대한 관념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부모를 통해 배웁니다. 부모가 없다면 부모역할을 하는 사람에게서 배웁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한것을 전부 물어봅니다. 자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혼나기도 하고 나중에 가면 부모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거라 믿고 부모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기도 합니다. 무작정 '안돼', '그러지마'라는 말만하고 설명을 안해주면 아이도 그렇게 비논리적인 성격으로 자랍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를 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실 것입니다. 부모가 공부를 하면 됩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아이들이 보기에 부모는 항상 잠만자고 TV만 보는데 자기한테는 책을 보라고 합니다. 부모는 전화로 시끄럽게 수다를 떨면서 자기한테는 조용히 하라고 합니다. 부모가 잘못한것은 그냥 넘어가고 자기가 잘못한것은 지나치게 윽박지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우리 부모는 뭐든지 자기마음대로야'라고 느낄 것입니다. 느끼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 따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점점 자기마음대로하는 사람으로 자라겠죠.

 사람이 자아를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전자'와 '환경'입니다. 가장 확실하고 다른 의견이 없는 것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하는 말을 억지로 단어하나로 요약하자면 '환경'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유전자는 공부와 성적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성적은 대학입시 수준을 말하는 거지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내는 걸 말하는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환경'을 주목해야 합니다. 환경이라는 단어를 보고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TV도 보지말고 컴퓨터도 없애고, 참고서만 잔뜩 사놓고 이웃집도 조용히 시키고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셨다면 잘 못 짚으셨습니다. 제가 말하는 환경은 아이가 보고자란 모든 것을 말합니다. '경험'도 포함됩니다. '나는 못배웠으니 자식은 공부해야 한다.'는 아이에게 굉장히 어려운 길을 가라고 부담을 주는 것입니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왜 아이들에게 어려운 길을 가라고 하고, 또 그것에 실패했다고 비난합니까?

 목적지를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전문가가 만들어놓은 지도를 보고 갈 수도 있고 다른사람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무속인에게 찾아가서 점을 볼 수도 있고, 목적지가 다를지도 모르는 남들을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냥 자기 감을 믿고 찾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일 확실한 방법은 어차피 본인도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역사책을 읽어보면 답이 나옵니다. 학자의 자녀는 학자가 되고 미술가의 자녀는 미술가로 이름을 떨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가의 자녀는 음악가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도 병원에 있는 의사의 부모는 의사인 사람이 많고 교육자 집안에서는 교육자 자녀가 많이 나옵니다. 장사하는 집에서는 장사하는 자녀가 많이 나옵니다. 너무나 뻔하고 흔한 사례들이라 예를 들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무슨 공부냐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예부터 배운 사람일 수록 평생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 저는 나이많은 사람들의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늦은 나이에 악기나 미술을 시작해서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나이 많아도 젊은 사람들 보다 컴퓨터 잘 다루는 사람도 정말 많습니다. 자기가 못 배워서 자녀는 공부를 많이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다시한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나이에도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자녀들은 알아서 그 열망을 배웁니다. 제가 다니던 대학에 늦은 나이에 공부하겠다고 대학에 오신분들 자제분을 보면 대체로 공부를 잘합니다. 사실 공부라는게 잘하고 못하고 보다 공부하는 버릇을 들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는 버릇을 들이기 위해서 가장 평범하고 확실하고 쉬운 방법은 부모자신이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자녀의 성적가지고 뭐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녀에게 무작정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성적이 낮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말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이고, 자기 욕심 채우려 아이를 괴롭히는 꼴 밖에 안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자살을 하고 그러지요. 그깟 성적이 뭐 대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렸을 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요받으니까요.

 공부하는 습관 중에서 제일 쉬운 것은 역시 독서입니다. 책을 많이 안읽어 보신분들은 아주 쉬운것부터 하면 됩니다. 교회에 나가시는 분들은 성서를 꼭 읽으시고 재미있는 책 위주로 독서를 하는 버릇을 들이면 됩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같은 유명하고 재밌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한국문학도 많이 읽으시면 됩니다. 만화책도 좋은 작품 위주로 읽으면 좋습니다. 참고로 영상쪽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에게 만화책은 보물창고입니다. 성서와 그리스 로마신화는 수많은 헐리웃 스토리와 게임의 기반이 됩니다. 한국문학은 수능에 나옵니다. 인형의집, 마담보바리같은 희곡은 페미니즘을 설명할 때 등장하고 위대한 게츠비같은 책은 미국역사와 경제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재밌는 소설을 읽고나면 좀 어려운 책도 있지만 유명한 대학생 필독서 같은 것도 읽으시면 좋습니다. 수능 나오는 수많은 문제들이 대부분 거기에서 나옵니다. 예를 들어 국부론이 집에 있어서 부모가 읽고있다. 그럼 아이들도 궁금해서 따라 읽어보게 됩니다. 고등학교 경제시험 단골문제 '보이지 않는 손' 이런 문제 절대 안틀리게 되는 거지요. 대학교 가서 또 나옵니다. 물론 국부론은 좀 어려워서 예로서 부적절하지만 일부러 좀 극단적으로 썼습니다.
 
 어쨌든 이런 책들이 아주 많습니다. 솔직히 학교 다닐 때 읽으려면 너무 힘듭니다. 그 중에 쉽고 재밌는 책들은 어렸을 때 읽어두는 게 좋지요. 재수생들이 공부잘하는 이유가 계속 봐서 그렇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공부하는 부모를 보고 공부하는 버릇을 들이고 좋은 책들을 집에 두고 틈틈히 읽어보는 학생이라면 공부를 잘할 확률이 훨씬 올라갈 것입니다. 물론 책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 연애소설 같은 것은 깊이도 없고 시간낭비인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다보면 그것을 구분하는 눈이 생깁니다. 판타지 중에서도 잘 쓴 것들이 있고, 연애소설 중에서도 대학교 필독서인 것들이 있습니다.

 독서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이 있겠죠. 외국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같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도 권장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자녀에게 부모를 설득해 보라고 함으로써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입니다. 또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위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용돈을 주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공부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기 합니다만 대학다닐 때 심리학과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자녀가 나중에 돈을 많이 벌길 바란다면 일찌감치 경제관념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기가 얼마를 버는지 집안의 재산이 얼마인지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지 꽁꽁 감춰두고 돈달라고 할 때마다 면박을 주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좋은 버릇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공부에서 좀 벗어난 이야기까지 하게 됐는데 자녀가 많은 것을 배우길 바라는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봤습니다. 좀 쉽고 확실한 방법을 제시하고자 쓴 글인데 중고등학생들 괜히 이거 읽고 부모님탓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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