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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학 레슨 - Lesson 3. Major Scale II

강의-음악이론 2013년 2월 9일




며칠 전에 메이저 스케일 숙제를 하다가 궁금한게 생겨서 전화를 해보려고 했는데 왠지 좀 껄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었다. 화성학 선생님은 친절하긴 한데 어딘가 약간 까칠한 성격인거 같다. 미디 선생님은 좀 더 편안한 느낌인데말야. 수업시간에 궁금했던 걸 좀 더 물어봐야겠다. 기초를 잘 닦아놔야 나중이 편하다고 했으니까 열심히 해둬야지. 그리고 학교에서 배울 때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몰랐는데 확실히 실용음악 이론으로 배우고 나니 정말 별거 아닌 것도 같다. 아니지, 혹시 이사람이 잘 가르치는 건가? 뭐, 돈받고 가르쳐 줄 정도면 어느정도 실력은 있겠지. 예전에 실용음악 학원에서 화성학 강사도 했다고 말했으니까.

"선생님. 저왔어요.“

“.......”

“선생님. 저.......”

헉, 자고 있다. 이 사람이 세 번째 수업만에 본색을 드러내는군. 오늘은 수업준비도 안한거 아냐?

“선생님. 일어나세요. 수업해야죠.”

말을 걸어도 못 일어난다. 깊게 잠든 모양이다. 이봐요, 아저씨. 지금은 오후3시라구요.

“선생님 일어나요.”

“어, 그래. 어디까지 했지?”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주무시고 계세요!”

잠이 덜 깬 상태인지 멍한 채 대답이 없다. 눈을 뜨려다가 다시 감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눈이 하도 작아서 전체적인 크기는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나는 문득 저번 주에 선생님이 한 말이 생각났다.

“선생님 조표가 네 개 붙는 key가 뭐뭐죠?”

“응? 갑자기 그건 왜?”

“선생님이 자는 사람 깨워서 물어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메이저 스케일을 익히라고 하셨잖아요.”

선생님은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 있어서 자는건지 생각하는건지 구분이 안갔다. 잠시 멍해 있더니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몰라, 그딴거.”

“E key하고 Ab key잖아요. 저는 정말로 자다가 일어나서도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구요.”

“잠깐 세수 좀 하고 와야겠다. 잠깐 컴퓨터 하면서 쉬고 있어.”

선생님은 건조대에서 수건을 한 장 꺼내들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작업책상 앞에 앉아서 인터넷을 할까 하다가 말고 음악폴더를 뒤적거렸다.

‘앗, musiq 형님이다!’

나는 내사랑 1순위 halfcrazy를 틀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집에서 들을 때하고는 완전다른 노래처럼 들렸다. 못 듣던 악기소리도 들리고 코러스 한명한명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렸다.

‘확실히 이 스피커가 좋긴 좋은건가 보다.’

원래 좋아하던 곡이었는데 좋은 스피커에서 들어보니 정말 감동백배였다. 노래 한곡이 끝나갈 무렵 선생님이 얼굴로 수건을 훔치며 다가왔다.

“쉬는 시간에 음악을 듣다니... 좋을 때다.”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음악 안들으세요?”

“음악은 일할 때 들어야지. 귀도 쉬어야 되거든. 너도 곧 나처럼 될거야.”

“아, 그렇겠네요. 하루종일 귀를 사용할테니까. 왠지 슬프기도 하네요.”

“예전에 신해철이 그랬던가?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건 음악을 좋아하지 않게 되는 길이라고 그랬던거 같은데. 직업으로 삼으면 분석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게되니까 아무래도 감성보다 기술에 집중하게 되지. 무작정 즐기는 마인드로 음악 듣기가 힘들어져.”

“한편으로는 슬프네요.”

“거기다가 돈까지 못벌면 더 슬프지. 그래도 뭐 다 그런건 아니야. 음악을 모를 때의 감각도 어느정도는 필수적으로 필요해. 작곡가와 청취자 양쪽의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주로 성공하더라고. 대부분은 작곡가의 귀만 남게 되지만 말야.”

“그렇군요. 근데 이 스피커 엄청 좋은건가봐요. 집에서 들을 때랑 소리가 완전 다르네요.”

“스피커는 그렇게 좋은거 아냐. 대신 룸튜닝에 돈을 좀 썼지.”

“룸튜닝이 뭔가요?”

“녹음실이나 연습실 같은데 가면 계란판 같은거 붙여놓고 그러잖아. 말그대로 룸을 튜닝하는 거야.”

“룸튜닝하면 좋은거에요?”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주파수응답이 평탄한(플랫한) 모니터 스피커와 부밍없고 깨끗한 룸을 가지고 있으면 많이 도움이 되지. 그래픽 전공하는 사람들이 모니터랑 그래픽카드 좋은 거 사는거랑 똑같은거야.”

“그렇군요. 음악은 알면 알수록 참 돈이 많이 드는 거 같아요.”

“좀 그렇지. 그래서 내가 반지하에 살잖아.”

“대박나셔서 좋은 작업실 가시면 저도 좀 빈대붙여 주세요.”

“우리나라에서는 대박나면 부동산 사던데...”

“그럼 건물 하나사서 저한테 싸게 세주세요.”

“열심히 화성학 가르쳐 줄테니까 네가 대박내라. 근데 어디까지 했지?”

“메이저 스케일까지 했어요.”

“그래, 그럼 잠깐 테스트를 해볼까?”

“F key의 네 번째 음은 뭐지?”

“그거야 (         )이죠.”

“그럼 조표가 세 개 붙는 key는?”

“플랫이 세 개 붙는(       )key하고 샵이 세 개 붙는(       )key입니다.”

“Ab메이저 스케일을 쭉 불러봐. 알파벳으로”

“(Ab,    ,    ,    ,    ,    ,   )입니다.”

“열심히 했구나.”

“그런데 하면서 질문이 생겼어요. 저번주에 제가 메이저 스케일 연습할 때 순서대로 하면 안되냐고 여쭤봤었잖아요.”

“응, 그래서 내가 그게 순서대로 하고 있는거라고 했었지.”

“그런데 그 순서를 자세히 보니 뭔가 규칙성이 있는 거 같더라구요.”

“맞아, 바로 그게 오늘 배울 내용이지.”

“오호, 어떤 규칙성인가요?”

“일단 그 순서를 외워봐.”

“아직 외우지는 못했어요.”

“금방 외울 수 있어. 잠깐 시간을 줄게.”

“그럼 저번에 숙제한걸 잠깐 볼게요. 어디보자. 씨-에프-비플랫...”

레미, 솔라시b, 시b도레미b, 미b파솔라b,.... 플랫이 붙는 걸 제외하면 대체로 네 단계씩 움직이는 거 같네.’

“다 외웠어?”

“대충은요. 한번 해볼게요."

"벌써? 천잰데?“

“C-F-Bb-Eb-Ab-Db-Gb-B-E-A-D-G 맞나요?”

“좋아, 잘 외웠네. 그럼 그걸 기억한 상태로 이걸 봐봐.”

스티비 원더 - Isn't She Lovely의 일부


“이게 뭔가요?”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라는 곡의 악보 일부분이야. 코드네임에서 앞의 알파벳만 한번 보겠어?”

“D, G, G, C, F, Bb, A군요.”

“그래, 대부분이 아까 외웠던 알파벳 순서대로 가고 있지? 다음에는 이 악보를 봐.”

김범수 - 보고싶다 일부

“김범수의 ‘보고싶다’군요.”

“그래, 이 악보도 알파벳만 한번 봐봐.”

“F, Bb, G, A, D, G, C, F, Bb 이것도 대부분 그 순서대로 가네요.”

“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브라운 아이즈 - 점점 일부

“점점이네요. 이노래 엄청 좋아하는데...... A, F, C, E, A, D, G, C 노래 시작하는 부분이후에는 계속 순서대로네요.”

“그렇지. 음악을 한다면 그 순서를 꼭 외우고 있어야 돼. 그걸 5도권(혹은 4도권)이라고 해. 위에 예를 든 곡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곡들이 5도권 순서에 맞게 코드진행을 하고 있지. 5도권 진행이 전혀 나오지 않는 곡들을 찾는게 더 어려울 정도니까.”

“5도권이라는 건 중요한 거군요.”

“그래, 소리의 진행 중에서 가장 음악적인 진행이라고도 할 수 있지.”

“다시한 번 확실하게 외워야 되겠어요. C F Bb Eb Ab ..."

"다음 시간에 음정에 대해서 배우게 되면 그렇게 외울 필요는 없어져.“

“음정이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하고 오늘은 일단 이 그림을 봐볼래?”

큐베이스 키에디터 5도권 간격



“이거 큐베이스 피아노롤이네요. 얼마전에 미디수업하면서 배웠어요.”

“내가 순서대로 음을 찍어놨어. 음 간격을 한 번 볼래?”

“간격이 일정하네요.”

“그래, 음정으로 따지면 완전 4도씩 상행 혹은 완전 5도씩 하행하는게 바로 5도권이야.”

“아하, 그래서 5도권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군요. 음악에 이런게 있었다니 신기하네요.”

“음악에는 생각보다 규칙적인 게 많아. 그래서 공부를 해야 되는거지. 아래 5도권을 정리한 표를 가지고 열심히 익혀 두도록 해.”

5도권 표


“표로 정리해 두니까 한결 보기가 편해요. 이걸 보면 플랫이 붙는 순서랑 샵이 붙는 순서도 외우기 쉬워집니다.”

“그래, 여러모로 편리한 표야. 마음속에 항상 각인시켜 놓도록 해. 자는 사람깨워서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넵! 그런데 선생님은 아까 ‘몰라 그딴거’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거야 나는 이제 지겨워서 그런거지.”

“아무튼 이 표도 확실하게 익혀 두겠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있어요?”

“응, 뭐지?”

“알파벳이 5도권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알겠는데 왜 어떤 데는 M7이 붙고 어떤데는 m가 붙고 또 어떤데에서는 그냥7이 붙기도 하고 그러는 건가요?”

“그건 나중에 기본 코드하고 다이아토닉코드를 배우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거야. 한번에 너무 욕심내면 안돼. 다음시간에 할게 없잖아.”

“알겠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인가요?”

“그래 오늘 숙제는 이 표를 안보고도 확실하게 그릴 수 있도록 반복해서 그려보는 거야.”

“오늘 숙제는 그거 하난가요?”

“그럴 리가 있나?”

“가지고 있는 악보를 뒤져서 5도권 진행하는 곳을 찾아보고 음악으로 들어보는게 숙제야. 총 3곡 해야돼. ”

“그렇군요. 5도권 진행하는 건 많이 나온다고 하셨으니 어렵지는 않겠지요?”

“응, 어렵지 않아. 아마 처음 뒤지는 악보에도 아마 5도권 진행이 나올거야. 대신 소리를 꼭 들어봐야돼.”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봬요.”

“그래, 잘가고 다음주에 보자구.”


HOME WORK

1. 5도권표를 그리세요.






2. 5도권 진행이 나오는 악보를 세 개 이상 찾고 그 부분의 음악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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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학 #Major Scale #메이저스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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