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의 경지에 들어선 거 같아요.

잡담 2010년 9월 11일







 음악한다고 깝치기 시작한지 벌써 5년이 지났네요. 중간에 몇번이나 그만두려고도 하고 불안한 생각도 들다가도 '한번 사는 인생 뭐있냐?'라는 생각도 하곤 했습니다. 음악해서 먹고 살기 힘들죠.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음악이 일이 되는 순간 즐거움은 사라지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래도 자기만족도 2위의 간지나는 직업ㅎ, 작곡가가 되는 순간을 생각하면 힘이 나고 그럽니다. 지금도 자잘한 작업과 레슨만 계속 하면서도 그냥 작곡가라고 하고는 다니는데 진짜 작곡가라고 자랑스럽게 이름 내세우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뭐 사실 음악한다고 다 가난한것도 아니고 다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음악이라는 것도 갈래가 많이 있다보니 일의 종류도 많고 벌어들이는 돈도 천차만별이죠. 음악 안에서도 이거다 싶은 것 하나를 골라서 열심히 파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전문가가 되어 있고 그 순간 이후로 절대 굶어죽을 일은 없을 겁니다.

 꿈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그냥 남들 대학 가길래 대학에 간 것 말고는 해놓은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도 해 놓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 제 꿈을 물어봤을 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너무도 당연하게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보니 모두가 그런것은 아닌 것 같네요. 그저 고민없이 편하게 안정적으로 사는 삶도 나쁘지 않습니다. 걱정만 하다가 인생을 낭비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겠죠. 그래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만한 꿈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 즐거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미래에 편하게 사는 것보다는 뭔가를 이루는 쪽이 더 구미가 당기는 사람인가 봅니다.

 제 주변에서는 저를 태평하다고 말하지만 저도 나름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하고 고민도 하고 그럽니다. 예전에는 음악을 그만두고 회사에 원서를 넣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떨어졌죠. ㅋ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면서도 정작 창작하는 사람을 원하지는 않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만 두었을 확률이 굉장히 높았을테니까요. 그 땐 그만큼 두렵고 걱정되고 그랬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평생 공부하고 이 일만 열심히 한다면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뭐 만시간의 법칙.. 이라던가 그런말도 있잖아요.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우리나라 음악계, 미술계, 만화계, IT업계, 출판업계, 디자인업계를 비롯해서 수많은 분야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전문직이라는 변호사와 의사들도 어렵다고 불만이 많더군요. 그런 말만 들어보면 어느분야를 택해야 할지 절대 답이 안나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런가 하면 불평 불만 없이 묵묵하게 자기일을 하는 사람들도 각 분야에 많이 있죠. 그런 사람들 중의 상당수는 '어떻게 하면 먹고살까?'를 고민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곡을 쓸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까? 어떻게 하면 더 멋있는 그림을 그릴까?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을 더 완벽하게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긍정적인 고민들이지요.

 저도 이제 그런 고민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탈의 경지...............까지는 아니고 마음이 좀 편안해 지네요. 꽤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고 있었는데 요즘들어 개인작업량도 조금씩 늘리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일내에 불타는 창작열정이 다시 찾아와줬으면 좋겠네요.

 


#해탈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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