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의 색은 몇 개일까?

청음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강의-청음, 리듬트레이닝 2010년 9월 8일
무지개의 색은 몇 개일까?


무지개의 색은 몇 가지 일까?

 위의 무지개 보이시죠? 참 예쁩니다. 뭐 예쁘다는 말을 하려고 사진을 넣어둔 것은 아니고요. 무지개의 색이 몇개인지 아십니까? 빨,주,노,초,파,람(남),보 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아마도가장 많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화가가 위의 사진의 무지개를 그림으로 그리려고 할 때 7개의 색만을 사용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느 회사의 물감을 사용할까요? 그 기준은 누가 나눴을까요? 처음부터 다음과 같이 대답하신 분들도 많이 있으실겁니다. 네, 무지개는 무수히 많은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편의를 위해7개로 나누어 인식하는 것입니다.

 화가가 직업인 분이라면 무지개를 더 많은 색으로 나누어 인식하거나 채도와 명도가 변하는 규칙을 계산해 두고 있으실 겁니다. 만약 색이름을 훨씬 많이 알고 있다면 그래스 그린, 네이플즈 옐로우, 바이올렛 이런 색도 추가해서말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상 색약이 있거나 하는 식으로 눈에 별다른 이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같습니다. 하지만 무지개의 색을 7개로 말하느냐 수십개 혹은 수백개로 말하느냐의 차이는 바로 지식에 있습니다.

소리가 안들리는 이유는?

 음악에서 소리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는 귀가 병신인가봐. 잘 안들려'라고 하시는 분들은 귀를 탓하지 마세요. 아는 것이 없어서 인식을 못하는 것입니다. 피아노로 도,미,솔을 칠 때와 기타로 도,미,솔을 칠 때는 다른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비슷한 느낌이 들죠. 그 느낌을 의도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것이 코드입니다.

 같은 피아노 소리라면 음악을 전혀 모르는사람과 음악만 수십년 한 거장의 귀에는 똑같은 소리로 들립니다. 하지만 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그 소리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천부적 재능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경험의 차이이고 지식의 차이입니다.

 자신이 음악을 못하는 이유를 항상 재능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재능에 차이는 낮은 레벨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물론 학습과정에서 성취도에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이 재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성취도가 떨어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만약 자신이 소리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고 했을 때 그 문제가 귀에 있을 확률은 별로 없습니다. 만약 귀에 문제가 있다면 청력테스트를 통해 알아낼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바로 뇌에 있습니다. (사실 문제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요.) 빨간색이 뭔지 파란색이 뭔지 개념이 없는 사람은 무지개의 색을 7개로도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소리가 잘 들릴까?

 그럼 어떻게 해야 소리가 잘 들릴까? 하는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 봅시다. 답은 간단합니다. 소리를 들을 때 그것을 구분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좋다 나쁘다로 구분합니다. 조금 더 감각이 좋은 사람은 더 세부적인 느낌으로 구분합니다. '기쁘다', '슬프다', '오묘하다', '미스테리하다', '폭발적이다' 등과 같은 식입니다. 느낌만 가지고 구분하더라도 훨씬 더 세부적으로 구분할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필요한 것은 기술적 구분입니다. 적어도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기술적 구분은 어느정도 필수적입니다. 기타리스트라면 나일론기타와 스틸기타, 일렉기타를 구분할 수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다시말해 청음 실력, 나아가 음악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필요합니다.

소리를 기술적으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첫째, 우선 그 셋의 차이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많은 악기를 접하고 연주함으로써 또 악기론과 신디사이저를 공부함으로써 상당히 많은 악기를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셋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 이후에야 그것을 제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구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음악적 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각만 가지고 그것을 구분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자신이 힙합 음악을 좋아하니까 혹은 흑인음악을 좋아하니까 자기가 리듬감이 뛰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청음테스트를 해보면 리듬, 멜로디 모두 꽝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흑인음악을 좋아한다면 왜 그런 음악들이 리듬감이 좋게 들리는지를 아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이야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도는 경향이 있지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공부입니다. '팀버랜드의 몇몇 곡은 스네어가 2&4정박에 나오지 않는다.' '최근에는 32분음표 단위까지 리듬을 쪼개기도 한다.' 와 같은 사실들을 아무런 공부없이 알고 있다면 천재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악기를 다루든지 시퀀서를 다루든지 혹은 악보를 디테일하게 그리든지 해야합니다. 이런것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입니다. 본인만의 음악 창작 방법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공부해야할 것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공부없이 감각만 가지고 음악을 계속하려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물론 여기서 공부는 책을 보고 이론을 머리에 집어넣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독하게 공부를 시키기로 유명하죠. 그러다보니 공부라는 단어 자체를 부정적으로보는 경향도 있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것만 공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음악에 있어 공부는 책을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곡을 직접 써 보는 것, 곡을 제대로 듣는 것,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모두 공부입니다. 음악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교재는 바로 음악입니다.

 넷째, 들을 때는 집중해서 들어야 합니다. Hear와 Listen의 차이는 어감에도 있지만 얼마나 집중해서 듣느냐의 차이도 있습니다. 영어 듣기에서도 hear라는 동사를 쓸 때는 어린이용 교재나 원어민처럼 fluent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만 씁니다. 그 이외에는 모두 Listen을 사용합니다.

 별다른 노력없이 음악의 세부적인 내용들이 들리면 정말 좋겠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아는 것이 없으면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그걸 흔히 안들린다고 표현하는 거죠. 눈으로 사물을 볼때도 무의식 중에 눈에 보이는 것이 있고 의식해서 봐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눈에 보이는 대로 읽는 사람과 집중해서 읽는 사람과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음악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음악 공부를 한다음에 아니면 직접 연주를 해본 후에 다시 들어보시면 노트(음표)가 됐든 사운드가 됐든 혹은 악기이든 못들었던 사운드가 들릴것입니다.

 다섯째, 기준을 세워서 들어야 합니다. 기준을 나누는 방법은 상당히 많습니다. 음악을 나눌 때 리듬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장르별로 나누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리듬을 나눌 때에도 리듬악기가 어떻게 연주되느냐 혹은 멜로디가 세분화된 정도에 따라 8분 음표단위가 주가 되는가, 16분 음표가 주가 되는가로 나눌 수 있고, 싱커페이션 같은 리듬의 특색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니면 even(straigt)냐 3연음 단위의 triplet이냐 하는 것으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리얼악기가 메인이냐 전자악기가 메인이 되느냐 하는 것 혹은 어떤 음원을 사용했는가를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작곡가들은 어떤 코드를 쓰느냐 혹은 화성이 toanl이냐 modal이냐, major냐 minor냐 하는 것으로 음악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엔지니어의 경우는 소리를 음역대별로 나눌 수있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 이외에도 기준이 될 수 있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 모든 기준들은 공부를 할 수록 많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는 것이 많을 수록 더 세분화해서 구분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식으로 구분이 가능하면 인식하기도편하고 기억하기도 편합니다. 그 단계가 바로 잘들리는 단계입니다.

음악을 세분화해서 듣는 예

 음악하는 사람에게 음악하는 사람이 '이노래는 어떤가?' 하고 물었을 때 그냥 '좋다, 나쁘다.'만 가지고 대답한다면 곤란합니다.뭐 사실 대답을 어떻게 하는 지는 자기 마음이지만 적어도 인식을 할 때에는 훨씬 구체적으로 세분화 시켜서 인식을 해야 합니다. 아래는 그 예입니다.

  • "이 노래는 코드8개가 반복되는데 완전4도 상행인 강진행 하는 코드가 대부분이라 코드진행 자체는 크게 개성적이지 않다."
  • "킥에서 비트크러셔를 쓴 것 같다."
  • "이 리드소리는 바이러스 Ti의 프리셋을 그대로 썼구만."
  • "멜로디가 4도이상 진행을 했는데 반진행을 하지 않는구나. 클래식 이론에서는 안좋은 멜로디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일년'이나 이적의 '다행이다'에도 그런 부분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 "하이햇과 카바사가 양쪽 끝으로 패닝이 되어서 전체적으로 감싸는 느낌이 든다."
  • "보컬에 리버브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믹싱할 때 꽤 드라이하게 기준을 잡았나 보다."
  • "1절에서 chorus로 들어가는 부분과 2절에서chorus로 들어가는 부분의 드럼필인이 살짝 다르다."
  • "베이스 소리와 중음역 대의 리드 소리를 유니즌 시켜서 베이스가 상당히 강하게 느껴진다."
  • "백킹 코러스는 여자 둘, 남자 하나 인것 같다. 코러스는 김현아 스타일로 쌓았군. "
  • "기타 솔로를 들어보니 죠패스를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인 것 같다. 산타나라면 여기에서 이렇게 했겠지."
  • "intro A B C interlude B C 의 형식이다. 다시 돌아갈 때 A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running time때문일 것이다."
  • "이 음악에는 초고음역에도 신디사이저 소리를 사용했다. 잘 들리지는 않는다. 이건 주영훈 스타일인데."
  • "이 노래의 보컬은 발성이 거지같다. 보컬이 뛰어나지 못해서 백코러스도 안으로 밀어넣은 느낌이다."
  • "한 프레이즈를 피아노와 기타가 나눠서 연주하니 느낌이 좋다. 똑같은 프레이즈를 두번 반복할 때 악기를 바꾸는 경우도 자주 쓰이는데 윤종신이나 유희열 곡에서 이런 식의 편곡이 많았던 것 같다."


 어떤가요? 왠만한 프로 분이라면 여기 써 있는 말은 다 알아듣는 것은 기본이고 이것보다 훨씬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도있을 겁니다.

 현재의 청음 교육과 시창, 청음 교재는노트와 리듬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제가 말한 청음은 훨씬 더 광범위한 것이지만 기본적인 접근방법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이곡의 코드 진행이 잘 들리지 않는다. '나는 이 코드가 들리지 않는다.'라는 것은 그 코드진행을 모르기 때문이고 그 코드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아무래도 소리를 가지고 하는 예술이기때문에 이론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 소리를 듣고 구분할 수 있는가와 그 소리를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Bm7b5라는 코드가 B D F A 라는 노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들었을 때 다른 코드와 구분할 수 없다면 (루트까지 맞춰야 하는 절대 음감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완벽하게 알았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악기가 달라지면 전혀 모르겠다 싶은 경우도 발생합니다. 어느쪽이 됐든 분명한 사실은 '문제가 귀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많은경험과 공부를 해야만 청음실력이 늡니다. 가장 흔하면서도 빠른 방법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직접 곡을 써보는 것과 악기를 연주하는것입니다.

 음악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유창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야합니다. 완성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악기를 연주하고 곡을 쓰면서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자기도 모르게 고수가 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남에게 이렇게 장문의 잔소리를 늘어놓을 실력은 안되지만 음악을 좀 더 일찍시작한 형(오빠, 선배 등)이 술자리에서 말해주는 가벼운 조언 정도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시면 되겠습니다. 어느정도 참고하는지는 항상 본인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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